정책 일반
정부, EU에 이란산 원유수송 P&I보험 6개월 연장 요청..협상 진행중
뉴스종합| 2012-05-21 10:35
[헤럴드경제=신대원ㆍ윤정식 기자] 이란산 원유 수송에 대한 EU(유럽연합)의 재보험 중단과 관련, 정부는 P&I보험(Protection & Indemnityㆍ사고배상책임보험) 중단을 6개월 유예하는 방향으로 EU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선박보험과 화물보험은 우리 보험사나 EU가 아닌 다른 나라로 돌려 해결을 시도 중이지만, P&I보험은 워낙 덩치가 커서 EU 내 재보험사 이외 다른 쪽에서 떠맡을 곳이 없다”며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는 현재 EU측과 P&I보험 중단을 6개월 유예해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보험사의 보험제공 중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예요청에 대해 EU측이 사실상 거부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EU와 협상을 진행중인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ㆍ일 재무장관이 EU측에 공동 건의문 형식으로 레터를 보내고 지식경제부 실무 협상단이 직접 가서 협상도 진행중인데 아직 단정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왜 P&I보험인가=정부가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을 막기위해 P&I보험에 집중하는 이유는 일단 가장 덩치가 큰데다 업계가 영국 위주로 편성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유 수송 보험은 화물보험과 선박보험, P&I 세가지로 나뉜다. 화물보험과 선박보험은 국내 보험사들이 취급하지만 P&I 보험은 배상금액이 최소 1조원에 달해 국내 보험사들이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P&I보험은 해상보험에서 담보하지 않은 인명이나 여객에 관한 선주의 손해, 선원의 과실에 의해서 발생한 선체 또는 적하품의 손해 등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워낙 높은 보험료때문에 선박소유자들이 공제조합인 P&I클럽을 세우는데 영국 런던과 뉴캐슬 지역에 17개의 대형 P&I클럽이 구성돼 있어 사실상 영국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엇갈리는 입장= 유럽내에서도 영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보험상품을 중단하는 방식을 택하는 점에서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반면 독일의 경우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은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 연합 협상팀은 물론 유럽 지역 내 각 대사관들까지 총동원해 P&I보험의 연장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가정하고 유가관련 비상대책도 만드는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중앙은행의 국내 은행 잔고가 아직 5조원 이상 남아있어 한국 기업의 수출은 차질이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당장 100원 이상의 유가 상승 빌미가 제공될 수 있어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韓ㆍ日 실제 피해 얼마나=사태해결 여부의 분위기는 오는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서 열리는 ‘P5+1(유엔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간 핵협상 결과에 따른다. 이를 바탕으로 6월 25일로 예정된 유럽재무장관회의가 최종 결정 시한이다.

가장 절박한 나라는 일본이다. 54개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시켜 원유 의존도가 급격히 올라간 마당에 이란산 원유가 수입중단되면 에너지 정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 만큼은 아니어도 한국 역시 영향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국내 유가가 10~20% 정도 상승, 휘발유의 경우 ℓ당 200원 정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아무리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만한 수입선을 확보했다고는 해도 이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막을 수 없고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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