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한옥 ‘집’이라 하기엔 너무나 아름답다
라이프| 2012-05-22 10:17
품격과 아늑함…美의 대상 재조명
문화예술계 계승·발전에 의기투합
한옥 사진공모전으로 첫발 내디뎌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는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Leeum의 서도호 작품전(‘집속의 집’)은 한옥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전시다. 오늘날 서도호를 키운 것은 8할이 한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에게 한옥은 작업의 큰 원천이었다. 서도호의 한옥 설치작품을 관람한 이들은 우리 전통한옥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발걸음을 나서게 된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샤떼뉴(‘알밤’이라는 뜻)’는 또 어떤가. 방 두 칸짜리 작은 한옥을 개조한 이 식당은 4인용 테이블이 3개뿐인 식당이지만 ‘한옥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지 오래다. 이 식당을 찾았던 프랑스의 한 유명와이너리 대표는 “한옥이 주는 아늑함 때문에 와인 맛이 더 각별하다”고 찬사를 터뜨렸다.

한동안 서양주택이며 아파트에 밀려 홀대받았던 한옥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한옥은 더 이상 과거의 ‘집’에 머물지 않고 그 조형적, 기능적, 문화적 가치가 국내외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이 크다. 한옥을 시대와 함께 진화하고, 더욱 사랑받는 ‘한국인의 집’으로 정착시켜야 하는 것. 

‘내가 살고싶은 집’이란 주제의 한옥사진공모전에서 대상에 뽑힌 허정욱 작가의 ‘아침녁 한옥마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한옥의 날렵한 지붕선들이 멋스럽다.

이 같은 이슈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이기웅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주명덕 사진작가, 유홍준 명지대 교수,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등은 사단법인 한옥문화원(원장 장명희)과 손잡고 첫 사업으로 사진공모전을 기획했다. 이들은 ‘제1회 한옥사진공모전’을 열고, 한옥의 미학적 실용적 가치를 담은 사진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오는 24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시립경희궁미술관에서 입상작 전시를 연다.

300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한국의 대표적 전통가옥인 강릉 선교장(지정문화재)에서 나고 자란 이기웅 대표는 “첫 한옥사진 공모전인데도 2090명이 5390점의 사진을 출품해 놀랐다. 한옥에의 관심과 발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고 했다. 일찍부터 전통의 아름다움에 주목해온 주명덕 작가는 “작품 수준이 전반적으로 꽤 높다”고 밝혔다.

대상 수상작인 허정욱의 ‘아침녁 한옥마을’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한옥의 반듯한 선들이 마치 콤포지션 회화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금상 및 은상 수상작들은 초가의 푸근함이 서정적으로 표현됐다. 문화원 측은 한옥에의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해 작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수익금은 작가에게 지급됨으로써 작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게 된다. (02)741-744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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