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두산그룹이 4세 경영에 속도를 붙였다. 주목받는 이는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올라선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다. 그는 부회장으로 직급 변경한 친동생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과 함께 중책을 맡게 됐다. 박정원ㆍ지원 형제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의 큰 형인 박용곤 전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이에따라 재계에서는 두산이 ‘형제경영’에서 ‘사촌경영’으로 전환하는 장기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박정원 회장의 경우 (주)두산 지주부문을 챙기며 박용만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재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임 그룹 회장들이 ‘계열사 사장ㆍ회장→그룹 지주부문 회장→그룹 회장’ 등의 공식코스(?)를 통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정원 회장의 향후 역할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두산그룹 내 4세 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물론 박용만 회장이 그룹 경영 바통을 이어받는지 2개월도 채 안되기 때문에 4세경영 운운은 섣부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 행간은 함축성이 짙은 게 사실이다.
박정원 회장의 지주부문 회장 선임은 박용만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회장 취임 후 업무가 몰리다보니 그룹 살림을 보좌할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두터운 신임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자신을 마지막으로 두산 3세의 ‘형제경영’이 마무리되는 만큼 4세 경영을 위한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박정원 회장은 현재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뒤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가는 경영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만 회장 역시 박정원 회장이 역량을 보이면, 좀더 큰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책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박정원 회장에게 던져진 숙제는 만만치는 않다. 일단 박용만 회장에게 (주)두산 지주부문의 회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해 보인다. 그룹 자금흐름을 불안케 하는 두산건설 경영난 해결도 급선무다.
다른 주요그룹이 3세경영에 고민하고 있는 동안, 두산은 발빠르게 4세경영 장기 포석을 깔았다. 그것이 두산의 새 비전과 조화롭게 연결될지는 한동안 박정원 회장의 경영색깔과 연관해 유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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