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식 빼돌리고 비서가족계좌로 돈세탁…기막힌 ‘비리 화수분’
뉴스종합| 2012-05-23 11:43
회사카드로 매달 수천만원 ‘펑펑’…주식 20여만주 빼내 190억 챙겨

미술품 유상증자때 담보물 유용…부인차명음식점 100억 편법대출

2010년 무렵 靑행정관 청탁받아…병원채권 탕감·거액대출 의혹도



김찬경(55ㆍ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저지른 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4개 저축은행의 영업을 정지시킨 이후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연일 새로운 비리 소식에 전체 규모를 어림잡기도 어려울 정도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밀항 시도 직전, 우리은행에 맡겨놓은 미래저축은행의 영업자금 203억원을 임의로 인출했다. 지난 8일 검찰이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 주된 혐의는 자금 횡령에 대한 것이었다.

김 회장은 회사 소유 주식도 무단으로 빼돌렸다. 지난 4월 미래저축은행 소유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떼줄 만큼 현금 확보에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대신 회사 명의의 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사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또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너무하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물 쓰듯 고객 돈을 빼다 썼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림을 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사진은 22일 오전 굳게 닫힌 미래저축은행 본사 모습이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저축은행 회장 비리의 단골 메뉴인 미술품도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담보로 유상증자를 받는 과정에서 담보물을 유용하고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 무렵 김 회장이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에게 미술품과 금괴 등을 건네며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기도 했다.

전방위로 향하던 비리 의혹은 청와대까지 번지는 추세다. 2010년 무렵 김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의 청탁을 받고 행정관의 친형이 운영하는 병원의 채권을 탕감해주고 거액의 대출까지 해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을 대기발령했지만 연관된 다른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남아있다.

한편 김 회장으로부터 명의를 도용당해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채무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미래저축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사실이 22일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42) 씨는 “내 명의로 대출된 7억5000만원을 갚을 의무가 없다”며 미래저축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김 씨는 “김 회장 부탁으로 2001년 내 인감과 통장을 빌려줬는데, 훗날 김 씨가 내 허락도 없이 이를 이용해 7억5000만원을 미래저축은행에서 대출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같은 수법으로 타인 명의를 도용해 부당 대출을 받은 적이 여러 차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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