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의원님은 ‘호텔방’ 민원인은 ‘단칸방’
뉴스종합| 2012-05-24 11:37
넓은 건강관리실·좁은 방문자센터
회의·세미나 공간은 4개뿐



여의도 정가에 흔히 도는 말 중 하나가 “여의도에는 국회의원인 자와 국회의원이 아닌 자만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200여가지 각종 특혜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난 24일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 특권의 상징’인 의원회관 신축 건물을 공개했다. 특수 코팅된 이중유리로 외벽을 감싸고, 온갖 곳에 대리석을 깔아놓은 새 의원회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려했다.

내부 공간 역시 ‘한 사람 한 사람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에 걸맞은 수준이다. 의원 한 사람이 사용할 책상과 책장, 그리고 탁자와 쇼파가 놓일 의원 방의 넓이는 약 13평이다. 또 일반적으로 4, 5명의 보좌관이 상주하는 사무공간의 넓이도 22평이 넘는다. 의원실 하나가 7억원에서 10억원 이상가는 서울의 웬만한 중형 아파트보다도 더 넓은 셈이다. 국회사무처는 이번에 의원실 규모를 장관급으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넓어진 방 못지않게 그들, 국회의원만을 위한 편의시설도 늘어났다. 신축 의원회관 지하 1층에는 의원건강관리실, 속칭 의원 전용 사우나가 새로 문열었다. 300명의 국회의원만이 사용하는 이 건강관리실의 넓이는 약 340여평. 하루 1000여명이 이용하는 대형 시중 사우나에 버금가는 넓이다.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여는 이곳에는 5명의 트레이너와 4명의 이발ㆍ미용사, 1명의 보조 사무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공간과, 별도 인력의 월급은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의원전용 시설이 호텔급이라면, 의정활동에 꼭 필요한 각종 회의실과 민원실은 단칸방 수준이다.

신축 의원회관에 새로 마련된 회의, 세미나 공간은 모두 4개. 좁고, 낡고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왔던 구 의원회관의 5개 간담회실, 2개의 세미나실의 절반에 불과하다. 각종 간담회나 의정보고회, 또는 공청회를 열 공간을 잡기 위해 국회 이곳저곳을 누벼야 하는 보좌관들의 고단함은 신축 의원회관의 개원과 상관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의원회관을 찾는 일반인들의 불편함도 한층 더해졌다. 각종 민원서류나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걸어다녀야 할 동선은 예전의 배로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방문자센터는 예전과 변함없다. 자판기 1~2대와 의자 몇 개가 전부인 방문자센터의 공간과 숫자를 늘리는 데는 인색했던 탓이다.

일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찾는다는 혈세낭비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원실 배 확장 공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2009년 착공, 2400여억원을 들여 착공할 때까지 못본 척하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꼬리를 내리는 식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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