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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미래, 누가 손을 잡을 것인가
라이프| 2012-05-25 07:48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조명이 꺼진다. 청중은 기대감에 들떠 소곤댄다. U2의 노래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다가 잦아든다.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나타나고 청중은 열광한다. 애플의 고위 임원은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와 애플 이사회 이사이자 전 부통령인 앨 고어 같은 귀빈과 함께 첫 줄에 앉아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과 함께 박수를 치고 웃으며 즐거워한다. 쿠퍼티노에서는 애플 임직원이 카페테리아에 모여 TV 중계로 이 행사를 지켜본다.”(본문 중)

익히 보아온 잡스 생전 ‘예술공연’으로 불린 애플의 키노트 발표 모습이다. 잡스의 공식 자서전이 나왔지만 애플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 애플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위대한 회사 애플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갈증을 느끼는 이가 많다.

경제전문지 포천의 선임기자인 애덤 라신스키의 ‘인사이드 애플’(청림출판)은 애플과 잡스의 실체에 대한 미진한 구석을 어느 정도 채워준다.

애플의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까지 전ㆍ현직 애플 임직원과 제휴회사 관계자를 일일이 인터뷰하고 탐사 취재를 통해 라신스키는 애플의 내부 시스템, 아이팟, 아이폰의 성공비결 등 애플 제국의 은밀한 방을 열어젖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새롭게 밝혀낸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직접 책임지는 사람을 뜻하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잡스가 직접 챙긴 극비 최정예부대인 ‘톱100(Top 100)’ , 관리자 책임에서 자유로운 엔지니어 그룹인 ‘DEST’ 등 애플의 비밀스러운 유닛에 대해 상세하게 들려준다.

라신스키가 집요한 탐색 끝에 찾아낸 애플은 한마디로 ‘상식밖’의 조직이다. 소통과 공개, 상생과 협력이란 경영화두는 찾아볼 수 없다. 잡스의 키노트 발표를 위해 애플 전 직원이 폐인이 되다시피 매달리지만 아무도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른다. 자신이 담당한 것 외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협력사는 애플의 스케줄에 맞춰 오로지 순종해야 한다. PR도 입에 자물쇠를 걸고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애플을 대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여섯 명 뿐이다.

라신스키가 발견한 애플은 조직보다 더 상위 개념이다. 조직원은 애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봉사할 뿐이다. 애플보다 가치있는 것은 없고 애플 브랜드보다 값비싼 것은 없다. 완벽한 영상 하나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도 감수하는 게 애플이다. 손익계산을 꼼꼼이 따지는 일반 기업과는 정반대다.

라신스키가 발견한 애플은 달리 말하면 모순적이다. 이는 현상적이라기보다 무의식화해 있다.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회사를 잔혹하게 공격하다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파트너와 웃으면서 함께 일한다. 라신스키는 이런 애플을 영화 ‘대부’에 나오는 중간 보스 살바토레 테시오에 빗댄다.

“이건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단지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라신스키는 여기에 방점을 찍는다. 애플이 현재 누리고 있는 우월한 지위 덕분에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에 다른 기업이 가슴에 새겨야 할 보편적인 교훈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플의 미래에 대해 좀 비판적이다. “다른 회사에는 자신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협력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해온 애플이 만약 곤경에 처해 도움을 청하면 괴롭힘을 당했던 그들은 오히려 그런 순간을 즐길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모방의 케이스로도 애플은 부적당하다고 본다. 단 한 명의 천재 기업가가 35년간 쌓아올린 것을 어떤 회사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애플은 강력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잡스의 부재 속에 이 조직문화가 경영학을 다시 쓰게 할지, 애플에 세상의 눈이 집중돼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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