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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천재 자폐아 어머니의 감동 육아기
뉴스종합| 2012-05-25 10:26
“지금까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했습니다. 자폐아이가 있다고 죄지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낮은 포복으로 살아왔습니다. 드디어 우리 동민이가 세상에 나온 것만 같아요”

김완옥(47)씨는 아들 신동민(19)군이 언젠가 천재 화가로 빛날 날을 상상하면 목이 메인다.

세살배기 동민이는 혼자 놀았다. 조용한 아이인줄로만 알았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기에 내성적인 아이거니 생각했다.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집중력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눈에 초점을 잃고 있었다. 엄마의 눈도 제대로 못마췄다. 말을 시작해야 나이가 훌쩍 지났지만 아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를 급히 병원에 데리고 갔다. 의사 말. 충격적이었다.


바로 ‘자폐증’을 말했다. 가능성이었지만, 그 가능성도 거부하고 싶었다. 엄마의 마음은 무너졌다.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리교육 언어교육을 시켰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병에 대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고치기 힘든 병이란 걸 엄마는 알고 무너졌다. 엄마는 절망했다.

8살 때 결국 동민이는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날 엄마는 목 놓고 울었다. 학교는 ‘아이를 키우기엔 학교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동민이 누나가 다니는 학교만이 동민이와 모니터 교사를 받아줬다. 딸과 동민이에게 서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내키지는 않았다. 당시 11살이었던 동민이 누나는 “동민이가 학교에 있으면 더 힘이 될거야”라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다.

반응이 정상인보다 늦으며 단어를 하나 알려주는데 며칠이 걸리는 동민이였다. 하지만 엄마는 연필만 쥐어주면 아이가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집안에 있는 과일, 의자 등의 사물을 실물처럼 척척 그려냈다. 5살때였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집중을 전혀 못하는 아이였지만 미술시간만 되면 즐거워했다.

동민이의 재능은 4년 전 밀알학교에 들어 간 뒤부터 빛을 발했다. 기성작가들이 한 달에 걸쳐 만들어내는 100호(163cm×130cm) 작품을 동민이는 2주만에 끝을 냈다. 그렇게 산만한 아이가 7시간이고 8시간이고 자리에 앉아 그림을 다 그리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그려내는 그림은 화가의 것이었다. 전시회가 제안됐다. 동민이의 그림 33점이 전시회에 걸렸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은 산만하고 뭔가를 중얼거리죠. 남들에게 폐를 끼칠까 항상 두려웠죠. 지금까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왔어요. 죄 지은 것은 아니지만 낮은 포복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드디어 우리 동민이가 세상에 나온 순간입니다.”

김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자폐증 화가 신동민군의 그림은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밀알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이 준비한 이 전시회는 ‘열린 행성’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며 신 군을 포함한 4명의 자폐 청소년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된다.

신 군과 같은 천재성을 보이는 현상을 ‘서번트 신드롬’이라 부른다. 서번트 신드롬은 뇌 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와 대조되는 천재성을 동시에 갖게 되는 현상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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