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12인의 영웅’ 62년만의 귀환…고국 품에서 편히 잠드소서
뉴스종합| 2012-05-25 11:28
北서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 국내 첫 봉환
美 신원확인 작업 후 한국에 인계
국가차원 최고수준 예우



“아버지가 삼촌의 유해 송환 소식을 듣고 떠나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살아생전 삼촌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셨던 아버지였는데….”

고(故) 김용수 일병의 조카 김해승(54) 씨는 눈물을 흘렸다. 한 번도 본 기억은 없지만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들은 사연으로만도 삼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8시30분 성남 서울공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를 이륙해 웨이크 섬과 괌 앤더슨 기지를 거쳐 20시간을 날아온 공군 C-130 특별수송기가 성남 서울공항에 내렸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수송기 안에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 12구가 안치돼 있었다. 국가는 최고 수준의 예우로 맞이했다.

수송기의 문이 열리자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거수경례를 올렸고, 군은 21발의 조포를 발사했다. 21발의 포는 대통령이나 외국 원수가 참석한 행사에서만 발사하게 돼 있다. 부통령, 총리, 장관 등은 19발, 차관급은 17발을 쏜다. 이날 발사된 21발의 포는 대통령이 아니라 12인의 영웅을 환대한다는 의미였다.

확인된 2구의 유해는 미 7사단 15전차대대 소속이었던 김용수ㆍ이갑수 일병이다.

1933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 일병은 18세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해 7사단에 배속돼 북진하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작년에 숨진 형이 생전에 동생의 유해를 찾겠다며 유전자(DNA) 감식용 혈액을 채취한 것이 신원 확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그의 아버지 고 김인주 선생도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투신해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191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이 일병은 34세의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4세, 7세이던 어린 두 남매를 뒤로하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 하갈우리 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아들 이영찬(66), 딸 이숙자(69) 씨가 그리던 아버지와 헤어진 지 62년 만에 유해를 맞이했다. 이 일병은 발굴 당시 인식표가 발굴돼 유가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 없이 살아간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어 기억나지도 않아요.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의 불행이 있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고 이 일병의 아들 이영찬(65) 씨의 볼에도 눈물이 흘렀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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