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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종북 세력’ 직격탄...대선 앞둔 기선잡기 나서나
뉴스종합| 2012-05-28 11:29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종북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일부 종북 주의자들의 숨겨왔던 ‘속내와 실체’가 들어난 만큼, 그동안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아왔던 이들의 문제를 부각시켜 정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또 최근 대선을 앞두고 남북 관계 계선을 빌미로 무분별한 대북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경계도 담았다는 해석이다.

28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연설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종북 세력’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일부 주사파 계열 운동가들이 앞장선 취임 초 광우병 촛불 사태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 사회적 논란이 커졌을 당시에도 공식적인 사용을 자제했던 종북이라는 단어가 임기말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연설에서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북 세력의 존제 자체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경고까지 함께 담았다.

최근 미얀마를 방문,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 현장을 방문했던 이 대통령은 “이 분들이 누구 손에 목숨을 잃었는가를 생각하면 정말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메어왔다”며 “미얀마 정부, 유엔도 북한의 소행임을 공식발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천안함 폭침도 과학적 증거가 나왔지만, 북한은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정치권은 야권의 반발까지 고려한 작심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최근 통진당 사태가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종북주의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싸늘해지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 사태 등을 직접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종북 좌파의 실체에 대해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 북한이 주장한 남조선 자작극 주장을 소위 좌파 성향 시민ㆍ정치단체와 노조, 야권 인사들이 옹호한 것을 보며 ‘대한민국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용인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제주해군기지 반대, 쇠고기 촛불 시위 재탕 등의 움직임이 북한의 목소리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점도 이날 발언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3대 세습 독재 속에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 정권을 옹호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야당이나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북 정책 전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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