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형석 기자]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올해로 70세가 된 독일 출신 오스트리아 국적의 거장 감독이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첫 인연을 맺은 ‘퍼니 게임’(1997년작)을 비롯해 그의 주된 관심은 폭력과 권력, 관계가 빚어내는 비극에 있다. ‘퍼니 게임’은 아무런 이유와 죄책감 없이 이웃을 살인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잔혹하고 파격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200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하얀 리본’은 1차대전 직전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정체모를 죽음 뒤에 숨겨진 끔찍한 비밀을 다루고 있다. 종교적 금욕주의와 파시즘적인 폭력의 고리를 압도적인 구성과 화면으로 그려냈다. 또 다른 대표작 ‘히든’과 ‘피아니스트’ 역시 폭력과 죄책감, 금욕주의 등이 얽힌 복잡한 심리와 관계를 다루며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무르’는 폭력에 대한 일관된 관심에서 벗어나 삶과 사랑, 죽음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조르주와 안은 평생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 배려로 살아온 80대의 중산층 노부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내인 안이 의식과 기억을 잃는 이상증세를 보이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병은 그녀의 몸과 정신은 서서히 갉아먹는다. 무너져 가는 아내의 육체와 정신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남편 조르주.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과 망각의 저주 속에서 남편과 자식의 삶에 짐이 돼 가며 고통스러운 삶을 빨리 끝내고픈 안. 과연 두 노부부는 마지막까지 삶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을까. 화면과 음악, 대사는 엄격하고 아름답게 조율됐고, 절제된 이야기는 객석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다가 극적인 결말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강렬한 여운을 만들어냈다. ‘남과 여’의 남자주인공으로 유명한 노장배우 장 루이 트랭티냥과 안 역의 알렉상드르 사로드 연기는 우아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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