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같은 대선 초반 레이스...“한놈만 골라 팬다”
뉴스종합| 2012-05-29 09:58
“난 한놈만 골라 팬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다.

영화 속 이 한 마디가 2012년 정치권에서 현실이 됐다. 막을 올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초반 대선 레이스는 ‘1등만 때리기’로 요약된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5명의 비박 잠룡들이 연일 맹공에 나서고 있다. 당 대표 경선을 치루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여론조사 지지율 ‘1등 문재인’ 후보를 향한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29일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대세론처럼 정치인들끼리 사전에 구도를 만들어놔도, 국민과 당원들이 나서 바꿔놓고 있다”며 당 대표 경선을 촌평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지하고 있는 이해찬 후보가 의외의 복병, 김한길 후보에게 채면을 구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당권 장악을 통해 대권 경쟁에서 ‘대세론’을 굳히고자 했던 문 고문을 향한 비판도 함께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후보의 고전을 문 고문에 맞서, 손학규ㆍ김두관 경남지사ㆍ정세균 의원 등 잠룡들이 힘을 모아 김한길 후보를 돕는 구도로 분석했다. 이 후보의 압승을 점쳤던 경선 전과 달리 울산을 시작으로 대구ㆍ경북, 경남, 제주 등 4곳에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2위권 잠룡들이 보이지 않는 큰 역활을 했다는 것이다.

김한길 후보의 대변인인 정성호 의원이 이번 경선에서 “문재인 고문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1등 때리기’의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 모습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비박계 잠룡들의 공세는 그칠줄 모르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28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당권파들이 자기 사람을 채우려고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당선시켰다고 해도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면서 “사익 때문에 역사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일침이지만, 총선과 이후 당직 인선에서 친박계 인사로 도배질한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담은 셈이다.

같은 시간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원로의 자문을 받는 그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권력을 향유하는 구도가 되면 개개인의 도덕성과 관계없이 항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7인회 논란을 빚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1등 때리기’는 여ㆍ야 경계도 넘어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만 공격하겠다’고 선전포고한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네거티브라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 검증”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살랐다.

새누리당 역시 범 야권의 선두 주자격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집중 공격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종북 주사파 등 정치와 현안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밝히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며 “분위기에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 정치는 안된다”고 출마 여부는 물론, 국정 현안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안 원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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