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야마하 아티스트 서비스 콘서트 살롱, 데뷔앨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발매 쇼케이스를 마치고 헤럴드경제와 잠시 인터뷰를 가진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8일 동안 진행했던 라이브 콘서트가 가장 힘들었다”며 “29일 만에 녹음한 이번 앨범은 누워서 떡먹기였다”고 말하는 발랄한 젊은 음악가였다.
8개의 CD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낸 그는 32개 소나타 중 베토벤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판된 19번, 20번 소나타를 제외한 30곡을 8개 테마로 구성해 녹음했다.
“베토벤 사이클을 미치다시피 공부하면서 삶의 공부도 됐다”는 임현정은 곡 하나하나를 자신이 낳은 아이처럼 생각하며 소중히 녹음했다고 한다.
이번 음반 작업에는 연주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에도 참여해 A부터 Z까지 모두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임현정은 “처음부터 하고 싶은대로 했고 음반을 발매하기까지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밝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을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현정.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지난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라벨과 스크리아빈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본 EMI사장이 같은 레퍼토리로 음반을 내자고 했지만 베토벤에 미쳐있었던 임현정은 당연히 베토벤의 음악을 녹음해야만 했다.
베토벤을 연구하며 EMI와 계약하기 전인 2010년부터 이미 해설서까지 작성해뒀던 그는 ‘영웅’, ‘영원한 여성성- 청춘’, ‘단호한 정신의 확언’, ‘자연’, ‘극단의 충돌’, ‘체념 그리고 설렘’, ‘ 영원한 여성성-성숙기’, ‘운명’등 8개 테마로 음반을 구성했다.
임현정은 “‘영원한 여성성-성숙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인생 끝에 남아있는 열정적인 사랑이 기억으로 남아 마지막으로 사랑에게 바치는 레퀴엠(장송곡)”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랑을 초월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임현정의 ‘왕벌의 비행’ 연주가 유투브 영상으로 소개돼 유투브 스타로 알려져 있지만 임현정은 만 12세인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프랑스에 유학을 떠나 콤피엔느 음악원을 5개월만에 졸업한 수재다. 이후 3년 만에 루앙음악원을 마치고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프랑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것은 모두 본인의 결정이었다. 임현정은 “지금이라면 못했을 것” 이라며 “모르는 게 약이었다. 새로운 문화를 탐구하는데 흥미를 느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계남씨는 임현정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유학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옆에서 거들었다.
인생에서 커다란 존재인 어머니는 이번 베토벤 소나타 전집 한국판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인터내셔널 판에는 ‘영원한 여성성-성숙기’에 그와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마리아 칼라스를 너무나 좋아하는 임현정은 “지금 하는 일들을 그대로 계속 하고 싶고 남은 작곡가들을 매일 충실하게 연구하고 탐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베토벤 이외에도 미쳐야 할 작곡가를 꼽아보라는 말에 “바하,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쇼팽, 스크리아빈, 라벨 등등 평생해도 이룰 수 없는 목표”라며 웃었다.
임현정은 뉴욕, 런던, 한국에서의 쇼케이스 일정을 마치고 30일 일본에서도 쇼케이스를 연다. 이후 제네바의 빅토리아홀, 런던 위그노 홀, 프랑스의 한 페스티벌에서 베토벤의 소나타 4곡을 연주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또 독일 뮌헨 심포니, 런던 로열심포니와의 연주와 미국 시카고에서의 일정도 있어 그 어느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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