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소비자는 같은 값이면 보기에도 좋은 것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상품을 어디에 어떻게 전시하느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느냐와 직결된 핵심 요소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같은 장소에서 영업해온 전통시장 상인들은 자신만의 영업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마트의 상권 잠식과 경기 부진 등 상황이 좋지 않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국내 1호 비주얼 머천다이징 디자인(VMDㆍVisual Merchandising Design) 박사 이랑주 씨는 최근 펴낸 ‘이랑주의 마음을 팝니다’(MID 펴냄)를 통해 전통시장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VMD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전시와 진열 방식. 이 씨는 그간 전통 시장을 VMD하며 겪은 일화와 노하우를 ‘마음 경영’이라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풀어낸다.
책은 저자가 여러 소상공인을 만나며 체득한 사업 비법, 컨설팅을 하러 갔다가 도리어 상인에게 한 수 배운 경험 등을 32가지 이야기로 담담하게 서술한다.
저자는 유명 백화점의 명품관을 박차고 나와 전국의 재래시장을 누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길의 여왕’으로 통한다. 저자는 ‘진정한 VMD란, 주인의 착한 마음을 손님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전통시장은 무엇보다 지저분하다는 인상이 짙다. 입구마다 박스를 쌓아놓아 다니기도 어렵고 상점 안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기 어려워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곤 한다. 상인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박스 치우기에 동참한 결과, 상가 앞이 깨끗하고 환해져 소비자들의 발길이 는 것도 좋은 사례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마음. 물건을 파는 따뜻하고 착한 마음이 고객에게 통할 때 대박가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단순하고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을 다지는 건 그야말로 간단치 않다는 걸 저자가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VMD 기법을 설득해온 과정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