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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스페인, ‘운명의 초시계’ 가동됐다
뉴스종합| 2012-06-04 10:32
[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재정위기와 은행 위기에 실업 등 실물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중도우파정부가 결정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 라호이 정부는 빠르면 며칠 내로 전면 또는 부분 구제금융, 그리고 자체적인 문제해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몇 주, 빠르면 며칠 내로 자국경제의 생존방안을 선택해야 할 것” 이라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페인이 검토해야 할 세 가지 주요 방안을 짚었다. 이는 크게 유럽연합(EU)이나 국제통화기금(IMF)등 트로이카(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IMF)에서 지원받는 전면적인 구제금융과 트로이카를 배제한 부분 구제금융, 그리고 스페인정부 차원의 자체적인 부실개혁 등으로 나뉜다.

FT는 “라호이 정부가 트로이카를 불러들이는 전면적 구제책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강력한 긴축기조 위주의 외부개입은 스페인의 경제뿐 아니라 집권 국민당(PP)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스페인의 이같은 방안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라고 FT는 분석했다.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이미 트로이카발(發) 구제금융을 경험했던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을 합친 것 보다 크다. 즉, 스페인이 EU차원의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아갈 경우 이탈리아나 심지어는 프랑스경제에도 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의 분석가들은 이같은 전면구제금융이 실행될 경우 2014년까지 최대 4550억 유로(약 6544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유럽안정화기구(ESM)가 7월이후 조성할 자금 총액 5000억유로(6200억 달러)에 맞먹는다.

스페인의 다른 선택지는 부분적인 구제방안이다. 트로이카의 개입을 배제하고 ECB가 스페인 정부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지원을 받는다. 단기간 내에 자금지원이 가능하고, 스페인정부 입장에서 대처하기도 더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 규모는 300억 유로에서 많게는 1000억 유로가량 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그러나 스페인정부가 이 방안을 추진하면서 무조건적인 EU차원의 구제자금을 원하는 등 ‘터무니 없는 요구’ 로 유럽연합과 독일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으며 기본적으로 역내 국가들과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든 방안이라는 평가다.

라호이정부가 마지막으로 검토중인 방법은 스페인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FT는 이를두고 “인내심이 필요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스페인정부는 경제 건전성 강화, 장기적인 은행개혁, 노동시장개선 및 재정개혁 등을 모두 단독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실제로 스페인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강행’으로 표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같은 노력이 빛을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제학자나 전문가들도 거의 없다. 한 분석가는 스페인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고 GDP는 2% 쪼그라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스페인의 실업자 수는 600만에 근접해 생산가능인구의 1/4을 넘어섰다. 제조업 분야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는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페인정부는 적어도 겉으로는 자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라호이 총리는 2일(현지시간) “스페인은 호시절을 보내고 잇는 것은 아니지만 파멸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다”라며 “스페인은 탄탄한 나라이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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