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같은 아반떼가 아니네?’, 국내선 볼 수 없는 ‘현지전략형 모델’
뉴스종합| 2012-06-05 07:46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브라질에 가면 사탕수수에서 뽑은 바이오에탄올로 달리는 스포티지R을 볼 수 있다. 준중형급 답지 않게 덩치가 큰 아반떼는 중국 시장에서만 선보였다. 혹한으로 유명한 러시아 판매용 모델에는 4ℓ의 대용량 워셔액이 들어가고, 중동 시장에 성지순례용으로 제작한 버스 안에는 이례적으로 세면대까지 탑재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세계 각국에서 팔리는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모델들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신흥 시장의 특성에 맞춰 현지전략형 모델을 개발, 선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만, 브라질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역으로, 현대ㆍ기아차의 차별화된 모델을 통해 각 시장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브라질은 세계 바이오에탄올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국가이다. 사탕수수 등에서 정제한 바이오에탄올은 브라질의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 역시 바이오 에탄올과 가솔린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혼합연료’ 차량이 전체 판매의 90%에 이른다. 

현대ㆍ기아차도 이미 주요 모델을 혼합연료 차량으로 개조해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투싼ix를 개조모델로 브라질에 출시했으며, 신형 싼타페, i30 등도 개조 모델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브라질 공장이 준공되면 현지 생산 차종도 개조 차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아차 쏘울, 모닝, 스포티지R도 바이오에탄올을 쓸 수 있는 개조차량으로 판매 중이다.

해발 고도가 높은 중남미 지역에 특화된 기능도 있다. 칠레, 엘살바도르 등 고도가 해발 700m 이상된 국가에 수출되는 차량에는 부족한 공기를 보충해주는 고지보상장치를 추가 장착했다. 이 장치는 엔진 연소 때 부족한 공기를 보충해 엔진 성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시장에선 포터가 현대차의 효자 차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연간 5000대 규모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남아공에 수출되는 포터의 타이어 크기이다. 기존 포터는 적재용량이나 성능 등을 감안해 앞뒤 타이어 휠 크기가 각각 15인치, 13인치로 다른 복륜구조를 갖췄지만, 남아공 수출용 포터는 15인치로 동일하다. 현대차 측은 “남아공 도로 포장율이 떨어져 비포장 도로가 많다. 차량 하부 손상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타이어를 크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 등에 힘입어 지난해 아프리카 시장에서 전년 대비 5.7% 성장한 15만3080대를 판매했고, 올해에도 4월까지 5만46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는 신형 아반떼 ‘랑둥’이 대표적인 현지전략형 모델이다. 국내 아반떼와 비교해 전장과 전고를 각각 40mm, 10mm 늘렸고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린과 해드램프 등으로 중국인의 취향을 반영했다. 

지난해 7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기아차 K2도 역동적인 디자인과 가죽 재질의 실내 인테리어, 스마트키, 슈퍼비전 클러스터 등 고급사양을 대거 적용해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가 소형차 구입에서도 전체적으로 크기가 크고 내외관이 고급스러운 차를 선호한다. 현지전략형 모델로 이런 중국 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쌍트로와 이온은 인도에 선보인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다. 1998년 처음으로 인도에 선보인 쌍트로는 판매 5년만에 50만대를 돌파하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쌍트로는 이름부터 인도 시장을 고려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인도인이 좋아하는 ‘S’ 자를 앞에 붙여 발음하기 좋게 만들었다. 또 차가 물에 잠기기 쉬운 기후 환경을 고려해, 전자제어장치를 엔진 위로 올리고 차량 바닥에 방수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800cc급 이온도 국내에선 볼 수 없는 현대차 경차 모델이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월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최근 현대차의 인도 판매를 이끌고 있는 주력 모델로 급부상했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기후를 고려해 쏠라리스(엑센트)에 4ℓ의 대용량 워셔액 탱크와 타이어의 머드 가드를 기본으로 적용했고, 중형급 이상 차량에서나 적용됐던 ‘윈드실드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등 기후적인 특성을 대거 반영했다.

기아자동차가 과거 사우디아라비이아 시장에 수출했던 대형버스, ‘하지버스’도 현지전략형 모델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성지순례용으로 제작된 하지버스는 여행 중 종교 의식을 해야 하는 개수대(세면대)가 설치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성지순례 중 기도할 때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우디 국민의 종교 관습을 반영했었다”고 말했다. 또 사막기후의 장기간 여행을 고려해 기존버스보다 에어컨을 강화했고, 추가로 창문 틀마다 선풍기도 부착했다.

dlcw@heraldcorp.com



<현 지형 차량 주요 특징>

-남아공 포터. 기존 포터와 달리 앞뒤 타이어 휠 크기가 같음.

-중국형 신형 아반떼 랑둥. 국내 아반떼보다 전장, 전고를 각각 40mm, 10mm 늘렸음.

-사우디 하지버스. 에어컨 강화하고 선풍기도 추가 부착.

-인도 이온. 국내에 없는 현대차 경차 모델로 인도 판매 견인.

-러시아 쏠라리스. 혹한 대비 4ℓ 대형 워셔액 탱크 적용.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