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첫 규명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어린시절 정신적인 충격(트라우마)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성인이 된 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이유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동수ㆍ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ㆍ강은숙(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미셜런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정상인과 달리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의 경우 뇌신경 손상을 치료해주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ated neurotrophic factor, 이하 BDNF)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4일 밝혔다.
BDNF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양쪽의 신경세포에 작용하며 우울증과도 밀접한 관련을 띄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의 BDNF의 혈중농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BDNF의 혈중농도를 검사한 뒤 트라우마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마침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BDNF가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트라우마가 깊은 사람은 혈소판에서 BDNF 수치가 정상인보다 높았던 반면, 우울증과 관련 깊은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에는 오히려 BDNF의 혈중농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혈액의 주요 구성물질인 혈소판 내에서는 BDNF의 농도가 높았지만 실제 혈액 내에서 BDNF 농도는 낮았던 것. 이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BDNF가 세포 내에서 외부로 이동하는 경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어릴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거나 충격이 클수록 혈소판과 혈액 사이의 BDNF 농도 차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BDNF의 혈중농도가 크게 떨어져 있는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고 치료도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의 전홍진 교수는 이와 관련, “어릴적 트라우마를 겪은 환자는 우울증 치료가 어려웠지만 난치성 우울증의 원인이 BDNF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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