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신축 의원회관은 무허가…의원들 범법자로 만든 국회사무처
뉴스종합| 2012-06-05 09:02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190여 국회의원이 졸지에 ‘무허가 건축물에서 일하는 범법자’가 됐다. 19대 국회가 개원한지 일주일이 됐지만, 여전히 ‘공사중’인 의원회관 덕분이다. 구 의원회관에 입주하는 나머지 110명 역시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핑계로 책생 조차 재때 받지 못한 의원들은, 빈 방을 기웃거리며 눈치껏 주워 모으는 형편이다.

5일 국회를 방문한 한 민원인은 당황했다. 어떤 의원이 몇호실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닦에 깔린 대리석만 번쩍거렸지, 정작 필요한 안내 표지판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옛날 의원회관 건물도 마찬가지다. 1층 출입구 한 쪽에 걸린 의원실안내판에는 이미 임기가 끝난 18대 의원 몇 명의 이름만이 흉물스럽게 남았을 뿐이다. 신관 신축, 구관 리모델링으로 방 번호와 층수 구분까지 확 바뀐 의원회관에서 원하는 의원실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이런 당혹스러움은 보좌진들도 마찬가지다. 의원회관 내 상당수 의원실은 이번 주 초까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였다.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인트라넷 등 의정 활동에 꼭 필요한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까닭이다. 국회 사무처는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국회가 인증한 컴퓨터로만 이들 시스템에 접속토록 하고 있지만, 개원 일주일이 지나서야 컴퓨터 배치를 간신히 마쳤다. 이 덕에 상당수 보좌관들은 80년대나 있을 법했던 ‘컴퓨터 돌려쓰기’를 정치 1번지 한 가운데서 한동안 계속해야 했다. 


그나마 이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된 것도 지난 주말 부터다. 통유리와 대리석으로 둘러싼 화려한 신축 의원회관이지만, 정작 업무에 필요한 인터넷 선과 전화선 공사가 이제야 끝났기 때문이다.

신관 신축과 함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구관의 형편은 더욱 옹색하다. 공사를 이유로 필요한 사무집기를 재때 공급하지 않은 국회 사무처의 무사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구관 입주 의원 보좌진들은 책상 및 책꽃이 확보가 당면 과제가 됐다.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한 한 초선 의원은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을 환영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면서 쫓아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4년 전부터 공사에 들어갔던 국회의원회관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의정 활동 차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이런 사무처의 굼뜬 행동은 화려하게 새로 지은 국회의원회관 관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000억 원 넘게 들여 새로 지은 건물은 아직도 등기부등본에도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로 남아있다. 개원에 맞춰 재때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준공 검사도 덩달아 늦어졌다. 그 덕에 이곳에 입주한 190여 의원들을 졸지에 허가받지 않은 건물에서 일하는 일종의 범법자 신세가 됐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국가 정책에 어긋나는 차량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사무처가 앞장서 국회의 출근 대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신축 의원회관에 지하 5층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한 사무처가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 전부에게 차량 출입증을 발급, 예전에 없던 ‘대규모 차량이용 출근’이 19대 개원과 함께 생겼다.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처럼 의원실 별로 두 석장의 출입증만 발급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에너지 낭비에 주차 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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