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유럽발 경제위기 정공법 선택한 김석동의 ‘경고’
뉴스종합| 2012-06-05 11:38
“대공황이후 가장 큰 경제충격” 즉각적 대응 주문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선 안된다” 소신



플래툰의 ‘전쟁기계’ 반즈 상사가 이랬을까. 김석동(59) 금융위원장이 또다시 야전점퍼로 갈아입었다. 저축은행 포연(砲煙)이 채 걷히기도 전에, 바다 건너 유럽에서 또 다른 전장(戰場)을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를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1929년 대공황이 ‘케인지언(Keynesianㆍ수정자본주의 주창자들) 시대’를 불러온 것처럼, 이번 위기 역시 충격의 강도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ㆍ금융 패러다임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이제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 대책이 즉각 작동해야 한다. 신속한 작전수행이 승패를 좌우한다”며 간부들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매도 투명성 제고와 투기상품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잠재 시장불안 요인에 대한 지속 대응 등 정책 대응 방향도 제시했다.

정부 관료가, 그것도 정권 말기에 “잘 대응하고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우회적 화법을 물리치고, 위기의 시그널을 이토록 거침없이 공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장, 그의 폭탄발언을 접한 시장은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위기감을 확산시킨다, 김 위원장에게는 브레이크도 없냐”며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에두르는 법이 없다. 금융실명제, 외환위기, 카드사태,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대책, 부동산대책,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남들은 필요에 따라 쉬쉬하기도 했지만 그는 늘 정공법을 택했다. ‘영원한 대책반장’과 ‘관치주의자’라는 엇갈린 꼬리표가 일상으로 따라붙는 이유다.

그럼에도 그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것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추진력,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금융수장으로 관가에 복귀하자마자,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도 이런 원칙과 무관치 않다. “지금 안 터트리면 결국 다음 정부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금 김 위원장의 머릿속은 “매를 먼저 맞더라고 위기를 조기에 알리고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양춘병 기자>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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