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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루니’ 정대세, 세 개의 조국 품은 사연은?
엔터테인먼트| 2012-06-05 11:24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3세, 가슴에는 북한의 인공기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국가대표지만 국적은 한국. 축구선수 정대세(FC쾰른)가 세 개의 조국을 품은 사연이 공개됐다.

정대세는 4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다. ‘힐링캠프’의 세 MC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은 정대세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다. 한국으로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정대세 선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혜진을 만나 얼굴을 붉히는 정대세는 소년같았지만 그의 가슴은 한국 북한 일본의 세 나라를 품어야할 만큼 넓었다.

정대세의 이야기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북한의 국가가 울릴 때 경기를 뛰기도 전 눈물범벅이 됐던 정대세의 모습은 세계 언론을 통해서도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국적을 취득한 정대세다. 그런데 북한의 대표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정대세는 “북한 대표로 뛰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어린시절부터 북한의 축구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정대세는 그날의 그라운드에서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북한 대표팀을 선택하고 월드컵에 나가기까지의 여정이 너무나 길었던 것이다. 북한은 당시 1968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북한은 정대세에게 가슴에 품은 조국이었던 것이다. 


그런 정대세에게 일본은 나고 자란 조국이었다. 자신이 성장했던 곳, 그러나 이 곳에서 조총련계학교를 다니며 ‘재일한국인’으로 살아온 정대세는 교육을 통해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자신의 조국이 어디인지”를 배우게 됐다.

두 개의 조국에 더해 한국 국적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일본의 법률은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정대세는 자신의 한국국적을 말하며 “최근에 알았는데 한국에서 출생신고 호적등록을 하지 않아 세밀한 주민등록번호는 없지만 1000000 번호가 있긴 하다”고 밝혔다.

세 개의 조국을 품은 큰 사나이지만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지고 있는 여권은 북한과 임시한국여권에 일본의 재입국허가서까지 세 개, 한국의 출입은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자칫 어느 조국도 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는 현실이다. 정대세는 이에 정대세는 “‘왜 난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으로 조선(북한) 대표를 선택했는가’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답은 아직 안 나왔다”고 솔직히 전하면서 “조선(북한)은 나를 지켜보고 키워준 나라, 일본은 태어난 나라, 한국은 내 국적이 있는 고향인 나라”라는 말로 그 혼란을 정리했다.

정대세의 이 같은 이야기에 김제동은 “정대세 선수 집안을 보니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껴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지난 긴 시간을 돌아봤다.

정대세 선수의 ‘힐링캠프’는 이날 방송에 이어 오는 11일 한 차례 더 전파를 탄다. 이날 방송은 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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