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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기업들 ‘울며 배당금 늘리기’..투자유치 고육책
뉴스종합| 2012-06-05 15:41
[헤럴드 경제=김현경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투자 유치를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유로존 재정 위기에도 유럽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며 “올 주주총회 시즌에는 이익이 줄었지만, 배당금 상향을 결정한 기업들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쇼어캐피탈에 따르면 올 주총에서 유럽 기업의 절반이 배당금을 늘렸다. 반대로 배당금을 줄인 기업은 20%에 그쳤다. 쇼어캐피탈 알렉스 스튜어트 연구원은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배당금을 깎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도 높아졌다.

시티그룹의 조나단 스텁스 연구원은 “과거 15년간 유럽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40% 수준을 유지해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 수익 감소로 60~70%까지 뛰었다”며 “이후 기업 수익이 회복되면서 다시 40%대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50%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과거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식의 모호한 발언에서 벗어나 “배당성향을 몇 퍼센트로 올리겠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한 예로 독일 전기전자업체 지멘스가 2010년 배당 정책을 바꿀 때에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반면 지난해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는 “배당성향을 50%로 상향 조정하겠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다.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들이 투자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당금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그라함 세커 유럽시장연구원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성장이 저조한 기업이 배당을 하지도 않는다면 투자자가 그 기업의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연구원은 “A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B기업, C기업이 배당금을 높이면 A기업도 배당금을 조정하기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단기적인 고배당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일 수 있는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텁스 연구원은 “기존 자산에만 의존해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은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라면서 “투자자들은 이익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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