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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I로 본 한국경제… 구매력 하락, 내수침체 우려
뉴스종합| 2012-06-07 10:42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소득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지출은 많아졌다. 소득이 지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나타난 우리네 삶이다. 유로존 위기로 수출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내수 침체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경기가 워낙 안좋았던 탓에 1분기 성장률 지표는 개선된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는 움츠러들고 있다. 벌자마자 쓰는 탓에 저축률은 1분기만에 감소세로 반전됐다.

▶움츠린 가계=우리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은 1분기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수출품 가격경쟁력 저하 등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0.8% 상승한 데 이어 2월 0.5%, 3월 1.7% 올랐다.

소득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지출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최종소비지출은 전분기 대비 2.2%,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같은 기간 0.4% 각각 늘었다.

저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분기 민간소비(168조2997억원)와 정부소비(50조6059억원)는 전분기보다 2조1619억원, 2조5813억원 각각 늘었다. 총저축은 지난해 4분기 103조2970억원에서 1분기 99조781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소비침체 가속=겉으로 보기엔 소비 중심의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소비의 증가는 내수의 성장기여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1분기 기여도는 1.3%포인트로 전분기 0.0%포인트보다 확대됐다.

하지만 소득증가없는 소비증가는 향후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민간소비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침체는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올들어 지난달 20일까지 급감했다. 9000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발 금융부실의 위험은 줄었으나 가계소비의 위축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재정의 조기집행이 끝나면 정부에 기대하기도 어렵다. 추가경정 예산의 편성 필요성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성장 견인 내수도 수출도 ‘글쎄’=한은 정영택 국민계정부장은 “내수 부문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수출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제조업 성장세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5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472억달러, 수입은 1.2% 줄어든 448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달성했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 생긴 흑자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1998년과 리먼 사태 이후 대규모 흑자를 달성했던 2009년의 경기 흐름과 비슷한 상황이다.

정 부장은 “우리의 주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금융시장 불안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내수의 버팀목인 건설업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1분기 경제활동별 GDP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증가했지만 건설업은 감소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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