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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고 또 도전하라”…‘제2 新경영’ 속도낸다
뉴스종합| 2012-06-08 11:16

계열사 시너지강화·애플과 소송 등
돌격형 최지성 앞세워 속도내기
이재용 사장 후계경영도 본격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마음을 굳혔다. 위기 돌파와 후계경영을 염두에 둔 ‘제2 신경영’이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다음달엔 나올 것으로 본다.”(10대그룹 임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한 배경을 두고 이 회장 의중에 대한 업계의 관전평이다. 겉으로 보면 최 부회장의 실장 임명, 권오현 부회장의 삼성전자 대표 임명, 이 두 건이지만 이것이 뜻하는 메시지는 가공할 임팩트(Impact)가 실려 있다는 의미다. 최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 최고의 공격수이고, 권 부회장은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대공황보다 더 패닉(Panic)이 클 것이라는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삼성호(號)의 갈 길을 명확히 재설정하고, 계열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신성장 시너지를 극대화할 인물로 두 사람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준비된 ‘제2 신경영’ 개봉 박두=업계에선 이 회장이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진앙지인 유럽을 둘러본 후 단행한 이번 인사에 주목한다. 최 실장에게 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을 맡긴 것은 비상경영 상태라는 진단이 그 배경이라는 평가다.

전임인 김순택 실장이 온화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德將)이었다면, 최 실장은 삼성 내 최고의 공격수인 용장(勇將)이라는 점이 포인트라는 것이다. 즉, 비상경영 체제에서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경영 모토 아래, 공격경영의 결집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어 최 실장에게 특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이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회장이 비록 유럽에서 돌아온 후 삼성의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은 했지만, 유럽발 위기의 도미노 충격에 삼성도 새 비상 프로젝트에 돌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위기 극복에 대한 삼성의 방향과 다분히 후계경영을 고려한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삼성은 물밑에서 글로벌 위기 극복 대응책을 준비하면서도 후계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지난 7일 긴급처방 인사를 단행한 것도 상징성이 커보인다. 지난 7일은 1993년에 “마누라 자식을 빼곤 다 바꿔라”라며 체질 개선을 촉구했던 ‘삼성 신경영 선포 19주년’의 날이었다. 19년 전 메가톤급 화두를 던진 것을 상기하면서 새 삼성에 대한 구상의 히든카드를 이날 던졌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제2 신경영 선언은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며, 다만 시기가 유동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바빠진 그룹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은 향후 더 분주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임 김 실장이 ‘관리형’이었다면, 최 실장은 ‘투사형’이라는 점에서 미래전략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다분히 공격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전략실은 그동안의 이 회장의 메시지 전파,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창출 방안 모색, 신성장동력 종합 모색 등 일상적 업무 외에 프로젝트 범위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미래전략실은 소송과는 거리를 두고 움직였지만 앞으론 컨트롤 범위 내에 둘 확률이 높아 보인다.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최전선에서 있었고 팀 쿡 애플 CEO와 법원에서 소송 담판까지 벌였던 최 실장의 무게감은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미래전략실을 그냥 놔두지만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미래전략실 안팎에서 “소송도 숙제가 됐다”는 얘기가 나돈 것은 이를 반영한다. 삼성 유산소송에서도 제3자 입장으로만 서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이재용 사장과 최 실장의 오랜 신뢰와 파트너십에 시선을 고정하는 이들도 많다. 최 실장이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있으면서 후계경영에 대해 그동안 고민해왔던 사안들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거나 종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 같은 세간의 다양한 추측은 제2 신경영 선언을 통해 하나하나 구체화될 단계로 삼성이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주요 발언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꿔라”/신경영선포(신경영)
▶2002년 “앞날을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사장단 송년모임(위기경영)
▶2005년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 디자인은 1.5류”/이탈리아 보고회(디자인경영)
▶2006년 “남들이 안 하는 창조경영을 펴야 한다”/해외 업무 보고(창조경영)
▶2010년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 사라질 것”/경영 복귀 소회(품질경영)
▶2011년 “전 세계 경제가 어두우니까 더 긴장해야”/자랑스런 삼성인 시상식(긴장경영)
▶2012년 “중요한 것은 꿈과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신입사원 영상메시지(도전경영)

<김영상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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