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로 가격인하 불구
운송비부담 커 수입증가 불투명
이란산 원유 수입이 이달 중순께 전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이 ‘대체재’로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수입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다음달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적용을 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함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걸리는 기간이 편도 기준으로 20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오는 10일, 늦어도 이달 중순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정유업체는 브렌트유 수입에 대해 ‘신중’에서 ‘적극 검토’로 입장을 속속 바꿨다. 지난해부터 브렌트유를 부정기적으로 소량 수입해오던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경제성만 맞으면 수입 물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업체 중 제일 높았던 현대오일뱅크는 브렌트유 수입 불가 입장을 바꿔 하반기 중 수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업체 아람코 사(社)가 대주주인 S-OIL은 앞으로도 브렌트유를 수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브렌트유가 정유업체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때문이다. 지난해 7월 FTA가 발효된 이후 브렌트유에 붙던 3%의 관세가 사라지며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왔다.
브렌트유는 두바이유에 비해 유황과 불순물 함량이 낮아 정제비용 등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희망봉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 등 운송비가 많이 들어 지난해까지 국내 정유사들은 가급적 수입을 배제해왔다.
실제로 브렌트유 수입은 점점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8월 0.34%(25만배럴)에 불과했던 전체 수입 원유 대비 브렌트유 비중은 ▷지난해 11월 3.16%(231만배럴) ▷올해 2월 6.0%(481만배럴) ▷올해 4월 5.2%(382만배럴)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FTA 이후 업체들이 (브렌트유를) 월 평균 200만배럴 정도 들여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브렌트유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9.93달러로 두바이유(97.39달러ㆍ이상 8일 기준)보다 여전히 높은데다 운송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월 평균 200만배럴이라면 통상 원유 수송선 선적 용량이 80만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2.5척 정도 밖에 안 되는 양”이라며 “대부분 단발인 ‘스팟(spot)’ 거래여서 브렌트유 수입 물량이 대폭 늘어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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