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컨버터블’ 올 국내판매 50% 급증
지붕개폐 속도 15초로 빨라져
세컨트카에서 메인차로 급부상
4계절 상관없이 드라이빙 만끽
작열하는 태양, 눈이 먼저 시원한 확 트인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차는 아무래도 ‘컨버터블(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차)’이라야 제맛이다.
하지만 현실은 푹푹 찌는 무더위와 무시무시한 자외선이 기다린다. 한겨울에 괜히 지붕을 여는 낭만을 부렸다간 차가운 바람에 얼어죽기(?) 십상이다. 국산차가 없기 때문에 가격 또한 수천만원대라서 도통 구매할 엄두도 안 난다. 애써 적은 탑승인원에 좁은 트렁크가 실용적이지 못한 차라고 깎아내려 보지만, 화창한 날 시원하게 지붕을 열고 달리고 싶은 욕망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계절과 날씨에선 어렵다고 봤던 컨버터블 차량 판매량이 올해 50%나 급증했다. 이에 수입차 업체들은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타 보면 안다’는 컨버터블의 매력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렉서스 is250c |
▶올해 917대 팔려, 작년 대비 47.7% 증가=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컨버터블 자동차는 총 917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 621대보다 47.7% 판매가 증가했다. 이는 수입차 전체 시장증가율인 21%를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컨버터블 판매량은 매달 월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입차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 라인업 확대 및 상징성 차원에서 들여왔던 컨버터블이 요즘은 실수요 고객 증가와 함께 판매에서도 무시 못할 제품으로 조금씩 올라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수입차업체의 라인업 확대도 빨라지고 있다. 포르셰의 경우 지난달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에 이어 13일 3세대 박스터를 출시한다. 아우디는 지난 11일 A5 카브리올레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버전을 선보였다. 지난 4월에 국내에 6대 한정으로 들여온 R8 GT 스파이더는 고가(2억2770만~3억4290만원)에도 불구하고 이미 5대의 주인이 정해졌다.
뉴 박스터 |
올해 1월 2인승 더 뉴 SLK 55 AMG, 더 뉴 SLK 200 블루 이피션시, 그리고 최근 10대 한정판으로 출시된 더 뉴 SLK 55 AMG 에디션 1 등을 선보인 벤츠는 하반기에 SL 63 AMG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2인승 스포츠카 더 뉴 SLK 200은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6750만~1억490만원) 덕에 올 들어 벌써 307대가 팔렸다. BMW는 기존 650i, Z4 등의 컨버터블 라인업에 지난 4월 미니(MINI) 로드스터, 6월 MINI 스페셜 에디션 하이게이트 컨버터블을 올해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4계절 뚜렷한 국내는 안 어울려?… 기술력으로 보완= 컨버터블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이 최근 출시되고 있는 데다 수입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BMW 미니 로드스터는 3000만원대 후반, 폴크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는 4000만원대, 벤츠 SLK 200은 6000만원대, 포르셰 박스터와 인피니티 G37은 7000만원대 등으로 가격대도 다양하다. 특히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수입차 고객층이 탑승인원이 적고 트렁크 공간이 비좁은 컨버터블의 단점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에 장착된 각종 편의장치들도 컨버터블의 한계를 극복해주고 있다.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은 지붕(하드톱)이 열린 상황에서도 주행속도와 외부온도 변화를 감지, 차량 내부 온도를 운전자가 지정한 범위로 자동 유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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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풍량 조절 등을 통해 여름에는 보다 빨리(에어컨 세기 10% 증가) 시원하게, 겨울에는 보다 빨리(히터 세기 20% 향상) 따뜻하게 만든다. 벤츠의 컨버터블은 겨울철 목 뒤의 송풍구에서 뜨거운 바람을 보내주는 매직 스카프 기능이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빛을 차단해주는 천장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투명하게 보이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 기능도 장착했다. 가죽 시트가 열을 받았을 때 온도가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해주고, 좌석에서 직접 히터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됐다. 지붕을 여닫는 속도가 15~17초 등으로 빨라지고, 주행 중에도 열거나 닫을 수 있게 된 것도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컨버터블이 여름철 햇빛과 무더위, 겨울철 추위 때문에 국내에선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점차 편의장치들이 개선돼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세컨트 카에서 젊은 고객들의 메인 차량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