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美서 ‘면허 ’얻었지만…싣고 올 배가 없다
뉴스종합| 2012-06-12 11:20
국방수권법 예외 인정불구
유럽국가들 보험거부 여전

정부 유럽방문 재보험 협상
25일 외무장관회의서 결정 전망

해협봉쇄등 초강경책 없는한
국제유가 안정수준 유지 예상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금융 제재의 예외 적용 국가로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유업계는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예외 인정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원유 수송선박 재보험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보험을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보다도 더 까다로운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7월 인도분 이란산 원유에 대한 보험 협상은 중단된 상황이다.

정부 협상단은 최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를 방문했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측의 최종 결정은 오는 25일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이란산 원유 선박 재보험 관련 EU의 입장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7월 초에 협상단을 다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예외 인정했지만=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인도 말레이시아 한국 등 7개국이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인 것으로 판단, 이들 국가에 대해 국방수권법에 따른 제재를 180일간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국방수권법 예외를 인정한 국가는 지난 3월 발표된 EU 10개국과 일본을 포함해 28개국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예외 인정은 일단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면허를 얻은 셈”이라면서 “EU의 선박 재보험 가입 예외 인정을 받지 못하면 면허는 얻었지만 차는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도 미국과의 무역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지만 무보험으로 이를 수송할 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EU와의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은 28개 국가 가운데서도 그나마 일본과 한국이 EU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후보들이지만 이 역시도 확실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 전망은=백악관은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예외 국가를 발표하면서 국방수권법 강행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최근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이 충분한 상태라서 동맹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도 국제유가가 불안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바탕이 된다.

백악관은 “최근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은 1, 2월에 비해 3, 4월에 완화됐고, 이런 추세가 5월에도 계속됐다”면서 “일부 공급 차질이 있었으나 이란 이외 국가의 생산 확대와 수요 감소로 인해 시장 불안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11일 현재, 국내 전국 주유소 평균 기름값(보통휘발유 기준)은 ℓ당 1985.72원이다. 지난 4월 22일(ℓ당 2062.42원) 이후 51일 연속 가파른 내림세로 월평균 수치로 보면 지난해 10월(1978.34원)에 근접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란이 갑자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의 초강경책을 쓰지 않는 이상,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된다고 해도 국제유가가 매우 안정돼 있어 국내 주유소 기름 가격이 급등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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