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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유명 에이전시서 탐낼 후배 키우겠다”
뉴스종합| 2012-06-12 11:01
전직원 합쳐서 겨우 17명
실험적 아이디어로 무장
“작고 가진 것 없어 뭐든지 최선”

“대형사 안전한 광고 만들때
우린 최고나 최악 결과물 내야”



“작은 프로젝트라도 미치도록 잘 만들고 싶었다.”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불리던 이오진과 김호철이 제일기획, TBWA코리아 같은 대형 광고기획사의 수석크리에이티브디렉터(ECD) 자리를 걷어차고 나왔다. 두 사람이 ‘굿마더(Good Mother)’를 만든 이유다.

그래서 회사의 모토도 ‘Crazy & Sensible(열정적이고도 분별력 있는)’이다. 새로운 것에 미쳐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되 클라이언트와 그 상품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자는 것. 엄마같은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다루자는 의미로 이런 회사 이름을 지었다.

두 ECD 모두 광고계에서는 존재감이 크다.

이 ECD는 프랑스에서 아트웍(Artwork)을 전공하고 제일기획, 영국 마더(Mother), 금강오길비 등 대형 기획사를 거치는 동안 엔프라니 ‘20대여 영원하라’, KTF의 ‘Have a Good Time’ 등을 기획했다. 김 ECD 역시 이노션 월드와이드, TBWA코리아, 제일기획, 맥켄에릭슨코리아 등을 거치며 아디다스 ‘Impossible is nothing’ 국내 캠페인, 한국타이어 ‘Driving Emotion’ 등의 캠페인을 성공시켰다. 광고계를 지망하는 학생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이런 두 사람이 대형 기획사를 나와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어려울 때 나가면 힘들다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동안 해온 것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이 ECD는 말했다. 
대형 광고기획사 ECD 출신인 이오진(사진 왼쪽)·김호철‘ 굿마더’ 공동대표는 “광고의 본류인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에이전시에서도 믿고 데려갈 수 있는 후배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대기업에 속한 인하우스(in-house) 기획사는 이미 조직논리에 굳어져 있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작지만 무엇이든지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후배에게 새 길을 열어주고 싶었기에 굿마더를 세웠다는 것이다. 김 ECD 역시 이 대표의 “함께하자”는 제안에 망설이도 했지만 “입구가 있다면 출구도 있다”는 지인의 조언에 선뜻 받아들였다.

굿마더는 작다. 두 ECD를 포함해 카피라이터, 기획자 등 모두 합해 17명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이들은 말한다.

이 ECD는 “우리는 서로를 용병이라고 칭한다. 작고 가진 것이 없으니 뭐든지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가 안전한 선에서 중상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 때 굿마더는 최상 혹은 최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김 ECD 설명했다.

이런 도전을 통해 이미 굿마더는 올림푸스, LG패션, 유니세프, 한글과컴퓨터 등 유수 기업의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금은 삼천리자전거의 ‘국민 MTB, 칼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ECD는 “제일기획이 규모 면에서 세계 20위권 안에 들지만 한국 ECD 중 아시아에서도 50위권 안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한국 광고인의 짧은 수명을 걱정했다.

두 사람은 “우리와 같은 선배 디렉터가 오래 존재감을 드러내야 후배에게도 길이 열린다”며 “굿마더와 우리 두 사람이 지금 막 광고를 시작하거나 준비하는 후배에게 삶의 롤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굿마더 출신이라면 광고계의 본류인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에이전시에서도 믿고 데려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두 ECD가 정한 굿마더의 비전이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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