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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기업을 ‘회초리’로 가르치라
뉴스종합| 2012-06-12 10:37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영어 속담에 ‘회초리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란 말이 있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굳이 물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귀한 자식일수록 그만큼 부모가 엄(嚴)하게 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모가 규율에 대한 가르침을 버리고 무조건 품에서만 키우려고 하면 자식은 자립성이 부족한 철부지로 자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자식뻘되는 공기업에 대해 모성(母性)적 태도로 품으려고만 하고, 부성(父性)적 역할을 잃어버릴 때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선진 공기업의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내 공기업을 평가해 발표한 자료는 여러모로 이같은 우려를 갖게 만든다.

기재부는 지난 8일과 11일 ‘우리나라 공기업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 분석(16개 기관, 27개 항목)’ 자료 1, 2탄을 연달아 공개했다. 정부가 성과에 비해 우수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국내 공기업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평가 주체나 지표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번 조사의 평가단은 전원이 국내에 있는 교수, 회계사, 경영인 등으로 구성됐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평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신력 문제에 논란의 소지가 있고 자칫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는’ 차원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평가에선 인천공항, 한국전력, 가스공사, 철도공사 등 우수 성적을 기록한 공기업들만 공개됐다. 부문별로 경쟁력이 뒤쳐진 공기업들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도록 돼 있다.

평가지표도 작위적인 면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유럽 등 주요 관광국에 비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래관광객 유입 증가율이 높았다는 이유로 우수 공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미 관광 포화상태인 이들 나라들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합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자식의 앞날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기업에 대한 관리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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