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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총재 “이류이면서 일류 조직을 바라지 말라”
뉴스종합| 2012-06-12 10:38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이류이면서 일류 조직을 바라지 말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62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국제사회에 더 가까워지고, 국내사회와 유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와 행동을 혁신해야 한다”면서 “외국이 얘기한 것을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외국에게 세계 발전을 위한 우리의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국제사회를 우리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울타리가 된 세계 경제에서 한국은행이 역할이 중요한데도 그동안 소극적이었다는 자기반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그는 또 “우리의 의견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국한돼서는 안되며 세계 발전에 대한 방안과 이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얘기할 수 있어야 국제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점적 위치에 있는 중앙은행의 울타리 안에 안주해서는 생각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김 총재가 2010년 취임하면서 한은의 변화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김 총재는 글로벌 BOK(Bank of Korea)를 외치는가 하면 조직 내 새 바람을 넣기 위한 ‘순혈주의 타파’를 시도했다. 일부 한은 직원은 볼멘소리도 냈다. 하지만 김 총재는 밀어붙였다.

“변화는 먼지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먼지가 가라앉은 후 우리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연마하고 매진해 나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한국 등 신흥경제권은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에 따른 부정적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만들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한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유로존 위기에 대해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언제 종료될 것인지가 아직 막연할 뿐만 아니라 위기종료의 조건조차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김 총재지만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고개를 숙인다. 기준금리 정상화(인상)를 외치면서도 정부의 성장정책을 의식한 듯 1년째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반응은 냉랭하다.

62년 한은의 역사는 독립성 쟁취의 과정으로 요약된다.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 앞에서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라고 불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새 바람을 불어넣은 김 총재. 그에게 정상화할 숙제는 아직 남아 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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