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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불던 美-러…시리아 싸고 다시 급랭
뉴스종합| 2012-06-14 11:54
美 “러, 시리아에 공격용 헬기 판매”
러 “美는 반정부군에 무기공급”


독수리(미국)와 불곰(러시아)이 한판 붙을 기세다. 양국 고위 당국자 간 언행과 메시지가 심상찮다. 표면적으로 양측이 얼굴을 붉힌 건 시리아 사태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13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서 공방전을 펼쳤다.

클린턴 장관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선수를 쳤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합법적 무기 판매라고 발끈하며 오히려 “미국이 시리아 반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물러서지 않고 아예 러시아와 시리아의 모든 군사협력 관계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리아 정부군의 시위대 유혈진압 사태가 내전으로 발전해가는 양상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양상이다.

양국 관계의 암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등장 직전부터 그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푸틴은 지난 대선 기간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반미(反美)를 내세웠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취임 직후 5월 중순 잡혔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이는 미국 안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자리였다. 대신 그는 6월 초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밀월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회복에 노력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외교노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게다가 올해 초 부임한 마이클 맥폴 주러시아 미국대사의 노골적인 반(反)러시아 발언 파문도 관계 악화에 한몫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사이가 좋아진 것을 주요한 외교 치적으로 자평하고 있었다. 2009년 취임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른바 ‘리셋(관계 재설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즉, 첫 단추부터 잘 풀어가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타결, 대(對)이란 제재 협력,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가입, 러시아 영토를 통한 아프간전 물자공급 등 굵직한 사안의 협력과 지원이 잇따랐다.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회담이 향후 양국 관계를 이전처럼 리셋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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