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전고수
중병앓는 건설업계…처방 시급하다
부동산| 2012-06-22 10:42
불황 지속…인력·자재·중개 등 관련 산업까지 강타
정부·국회 표밭 눈치보기 급급…낡은 미봉책만 잇따라
SOC투자확대 등 연착륙 방안 마련 속 업계도 자구 노력을


내수의 동력 역할을 해온 건설과 부동산업이 생사기로에 서 있다. 장기 불황에 시장 활력이 사라진 채 일감 기근과 수요 부족으로 존립 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이들 산업의 위기는 인력시장은 물론 설계, 건설자재, 유지관리, 이사, 부동산중개업, 인테리어업 등 유관업계와 대학 관련학과까지 전방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권 역시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경매물건이 속출하는 등 갈수록 비상상황이다. 자칫 한국경제의 위기가 건설, 부동산시장 붕괴에서 출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심한 국내 건설 불황, 관련 산업까지 빈사상태=지난해 60개 종합건설업체가 부도를 낸 데 이어 현재도 일반건설 100위권 내 업체 가운데 35개사가 경영부실로 법정관리, 워크아웃, 대주단 협약상태다. 중소 및 전문건설업체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600여개의 전문건설업체가 사라졌다. 과다창업에 따른 업체난립요인도 있지만 일단 일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정부공사만 해도 그렇다. 지난 2009년 4대강 사업 발주 등으로 최대 58조원대에 달했던 공공공사가 지난해 36조원대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고작 28조원 선에 머물 전망이다. 민간공사 역시 부동산경기로 위축, 전체 건설수주고는 2007년 127조9000억원에서 2010년 103조2000억원, 올해는 최악인 103조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일감이 줄어들면 덤핑은 더욱 늘고 경영은 악화된다. 이는 하청구조를 타고 하방으로 파급, 전문업체와 자재, 관련산업의 위기를 부르는 게 건설업의 구조적 특성이다. 설계 상위업체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 빚잔치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토목 엔지니어링 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인력 및 기술해체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학 관련학과마저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 건설중장비업계 역시 20만대 중 절반인 10만대가 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며 자재업계도 10~40%의 일감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바로 취업과 연결, 236만명의 종사자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를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944만명이 직ㆍ간접으로 위기의 건설산업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장기불황으로 내수의 동력 역할을 해온 건설·부동산업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부동산시장 추락, 너도 나도 난파선에서 뛰어내릴 채비=내수의 또 다른 축인 부동산시장은 심각을 넘어 붕괴직전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누구도 집을 사려하지 않는다. 되레 팔 사람만 즐비하다. 이러다보니 가격이 급락, 대부분의 아파트가 30%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한때 11억원대까지 치솟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84㎡)는 경매시장에서 6억7000만원에 나올 정도다. 인천 송도, 청라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57% 수준이다. 5월 중 주택거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정도가 줄어들었다. 지속적 거래감소는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규분양시장도 마찬가지. 치열한 청약경쟁 속에서 분양된 서울 강남 유명아파트조차 정작 계약률은 절반수준을 밑돈다. 계속되는 신규분양과 준공되는 입주물량이 서로 맞물려 그야말로 진흙밭으로 변하고 있다. 입주 거부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신규분양아파트의 대출연체율이 크게 오른다는 것은 금융권으로 부실이 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 자산을 팔고 환금성 좋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까지 겹치면서 모두가 부동산 열차에서 뛰어내릴 생각뿐이다. 집값하락-소비위축-장기불황의 악순환 사이클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국회 상황인식 중요, 업체도 천수답사고틀 깨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투기와 부자에 대한 낡은 관념, 표밭에만 젖어 쉽사리 규제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에 대한 건설업계의 기대치는 완전히 무너졌다. 5ㆍ10 후속대책 등 MB정부의 17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비난만 무성하다. 찔끔 대책에 재탕삼탕이 대부분으로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기 때문이다. 정부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회다. 표밭만을 의식, 향후 상황전개는 안중에 없다. 일본 스페인의 경우처럼 건설 및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이 가져올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나 몰라라 식이다. 공급이 넘쳐 집이 안 팔리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부작용 우려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국회는 발목이다.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된다. 세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완전히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지금은 시장에 여유 자금 등을 넣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 복지수준을 높이고 건설업을 서서히 연착륙시켜 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건설투자를 확대, 고용부진과 내수경기침체를 탈피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동시에 난립된 업계의 구조조정을 시급히 마무리해야 한다. 1만1500개의 업체를 모두 먹여살릴 수는 없다. 아울러 업계도 심심한 반성과 전혀 다른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 절대 필요하다. 경기부양에 맛들여진 천수답경영의 습성을 버려야 한다. 이제 기존시장에 비교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의 상황에 걸맞은 대응틀을 다시 짜고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건설업이 서비스업인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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