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빨라도 너무 빠른 고령화…6070도 일해야 먹고 산다
뉴스종합| 2012-06-22 11:39
씁쓸한 앞날…이젠 자기부양시대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선 주유소. 일흔이 넘어 재취업한 김영수(가명ㆍ72) 씨가 근무하는 일터다. 김 씨는 이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한달에 80만원가량을 번다. 큰 돈벌이는 안 되지만 그나마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퇴직 후 재취업해 아파트 관리 일을 하는 최충길(65) 씨. 새벽과 오전 교대로 출근해 하루 8~9시간씩 1주일을 근무하고, 쥐는 돈은 한달에 100여만원. 여기에 국민연금으로 나오는 돈을 합쳐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의 용돈으로 사용한다. 최 씨는 “다행히 건강해 앞으로 10년은 더 일을 할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가 없어 일을 시작했다”며 “용돈 벌이도 되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은퇴 후에도 ‘제 2의 직업’을 찾는 노인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역으로 퇴직 연령은 갈수록 짧아져, 노인들 상당수가 일을 하지 않으면 여유 있는 생활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녀양육에서 혼례까지 가장으로서 모든 경제적 책임을 다했던 60, 70대 노인들이 이제는 자신의 생계를 다시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하는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자리를 갖지 못한 65세 이상 노인(355만명) 중 32.2%인 114만명이 향후 일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이 아직 미미해 60대, 70대가 돼도 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많은 노인들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예전에 대가족이 함께 살 땐 노인이 생활비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았지만 핵가족 시대가 오면서 세대가 분화됨에 따라 자신의 생활비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적연금시장의 최근 추세를 보면 퇴직연금시장은 매년 100% 이상, 개인연금시장은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박영훈 기자>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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