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옥련동과 서구 일대에는 국내 중고차 수출의 85%를 담당하는 크고 작은 수출업체들이 모여있다. 대부분 업체가 컨테이너 한 동을 사무실로 두고 외국 바이어들을 맞고 있지만 이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10억 달러 이상이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에 따르면 2010년에는 21만4000대, 작년에는 24만8000대를 수출했다. 액수로는 15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올해도 5월까지 11만 5000여대를 팔았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의 한 중고차 수출 물류센터에 세워진 중고차들이 해외 바이어의 매입을 기다리고 있다. |
“이 차는 99년형이지만 엔진상태도 좋고 외관도 깔끔해요. 좋은 차에요.”
곳곳에서 바이어들의 매입을 성사시키려는 한국인 딜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중에는 비록 어눌하고 느리지만 아랍어로 바이어와 대화를 나누는 딜러도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바이어들이 방문하다보니 이들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학공부에 매달린다. 바이어의 50% 이상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주요 고객인 중동과 러시아 바이어의 편의를 위해 기초적인 아랍어와 러시아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주차된 중고차 여러 대의 유리창에 이미 수출이 확정된 듯 ‘Sold Out’이란 문구가 쓰여있다. 수출이 확정된 차량은 선박이 수배되는 대로 인천항을 통해 세계 각지로 실려 나간다. 택시로 쓸 차량을 알아보러 왔다는 한 중동 바이어는 “ 현대ㆍ기아차가 가격은 싸지만 일본이나 유럽 명차에 비해 성능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라 중고차도 덩달아 인기가 좋다”며 한국 중고차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해외 바이어가 매입을 확정한 많은 중고차에 ‘Sold out’ 문구가 적혀 있어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고 있음을 나타낸다. |
2006년 이전, 중고차 수출이라면 폐차 직전의 차량을 부품용으로 파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현재 해외바이어들은 1996~2011년형을 중심으로 경차, 준중형 세단, 버스, 화물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등 다양한 차종을 실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다. 승용차가 60~70%, 승합차가 9~11%, 화물ㆍ특수 차량이 20%대를 구성하고 있다.
가장 큰 수출시장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요르단을 포함한 중동 시장. 중동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차량은 주로 베르나, 아반떼 등 준중형 차량과 SUV다. 준중형 차량을 선호하는 것은 배기량 2000㏄를 기점으로 관세율이 달라지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준중형 차량은 대부분 렌트카나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으로 사용된다.
러시아의 경우 승합차와 SUV가 주로 팔리고 동남아는 화물차 중심이다. 페루, 칠레 등 중남미 바이어들도 꾸준히 방문한다. 리비아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지역도 큰 시장이었으나 최근 정치적 불안으로 비중이 줄었다. 현재 아프리카 시장의 중심은 가나이다.
중동에서 온 해외 바이어들이 중고차 수출 물류센터를 방문해 매입이 가능한 중고차를 살펴보고 있다. |
바이어들이 중고차를 매입하는 가격은 업계 내부에서도 영업 기밀에 속한다. 연식과 옵션에 따라 복잡한 매입가격을 협상하는 것이 영업 노하우기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을 5년이상 해온 이종균 SNT무역 대표는 “국내에서 팔리는 가격과 차이가 크진 않고 오래된 차량은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최신차량은 옵션사양이 좋을수록 높은 가격을 받는다”고 귀뜸한다. 특히 요르단 바이어들은 매입조건이 까다롭지만 매입가는 높게 책정하는 편이다.
현재 업계의 최대 현안은 수출물류단지의 확보다. 하치장이 도심미관 문제로 줄어들면서 수출 물량을 세울 곳이 마땅치 않다. 인천 북항과 청라지구 일대에 추진되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인천시의 재정부족으로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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