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경쟁자들의 연이은 공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고문과 높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김 지사의 ’PK(부산ㆍ경남)바람’을 사전에 차단하고 향후 대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후보로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꼽힌다. 25일 손 고문은 YTN라디오에 출연 “한 번 물레방아를 돌린 물은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지역구도를 생각하는 선거는 10년 전 선거”라면서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문재인ㆍ 김두관 영남후보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손 고문은 평소 점잖고 차분한 어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설적인 화법 구사가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8일 문 고문을 향해 “대통령과 비서는 다르다”고 발언한데 이어, 21일에는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방식이 이번에 또 통하지 않는다”고 ‘문재인 필패론’까지 수위를 높였다.

이에 문 고문 측은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국민들은 새롭고 다른 정치를 원하고 있다.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 바라지 않겠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같은 영남후보인 김 지사도 다른 주자들의 집중포화를 받는 형국이다. 4선 중진으로 내달 대선 출마를 예고환 김영환 의원은 트위터에 “김 지사는 도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어제의 약속’을 저버리고 ‘내일의 약속’을 믿어 달라고 하고 있다. 아무도 그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며 정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충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노무현ㆍ참여정부 프레임에 갇혀(있는 후보로는) 본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또다른 PK출신 후보이자 가장 먼저 대선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김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김 지사는 당선을 위해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입당했다”고 주장했다. 문 고문을 향해서도 그는 “문 고문이나 김 지사가 과거 노무현 후보만큼 원칙을 지켜왔는지 생각해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 고문과 김 지사는 적극적 대응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서가는 후보에 대한 공격은 단기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상승시키려는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면서 “자신의 좋은 모습만 내보여서는 단기간에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어렵고 획기적이고 좋은 정책은 일시적으로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정책 대결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 정부 초대 국가인권위원장 출신인 김창국 변호사가 문 고문의 후원회장으로 선임됐다. 손 고문도 김영철 시민방송 RTV 이사장과 강석진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각각 비서실장과 공보특보로 임명하면서 양측 캠프간 기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