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지적만 하던 우리 엄마가…오늘은 책을 읽네”
뉴스종합| 2012-06-29 11:33
아이에게 “이렇게 해라” 다그치지 말고
부모가 먼저 ‘바라는 행동’ 하면 효과적
아이가 집중 잘되는 곳에 ‘공부방’
의견 무시·억압하면 적대감만 쌓여



“공부 잘하는 아이 엄마 얘길 듣다 보면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저희 집은 여건상 공부방과 침실을 따로 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아이가 3학년인데, 더 큰 책상으로 바꿔 주고 싶어도 놓을 자리가 거실밖에 없어요. 그런데 거실에 책상을 놓으면 아이가 산만해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공부환경은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할까요?” (초등 3학년 학부모)

공부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 뒤에는 성장과정에 영향을 준 가정환경이 있다. 아무런 배경 없이 아이가 저절로 밥 먹듯이 공부하거나 철저한 공부습관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평소 가정에서 부모의 모습, 부모의 언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부모의 행동은 아이의 공부습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가 자기 방에서 방문을 잠그고 있으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부모가 평소 못하게 했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급적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경우에 공부 의욕이 강해진다. 어떤 장소를 공부장소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가정환경은 ‘부모’=주변 환경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쉬는 공간’과 ‘공부하는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다. 공부에 서툰 아이들을 살펴보면 이곳 저곳에서 내키는 대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비효율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부에 능숙한 아이들은 ‘공부하는 공간’이 한두 군데로 명확히 정해져 있다. 공부하기에 최적인 공간을 스스로 발견해서 그곳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아이의 방이 반드시 공부방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집중하기에 편한 공간을 공부방으로 하면 된다. 아이의 방은 휴식공간으로 삼고, 공부는 거실처럼 공개된 장소나 아이가 좋아하는 별도의 공간에서 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특히 장소뿐 아니라 가정환경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부모가 평소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부모가 공부에 적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 아이의 공부는 힘들어진다. 아이의 공부를 과정중심으로 대하면 우호적이지만, 결과중심으로 대하면 적대적 환경을 촉진하는 꼴이 된다. 아이의 감정과 의사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사소통을 하면 우호적이지만, 무시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대하면 적대적인 것이 된다.

부모가 아이 공부와 관련해 어떤 신념을 갖고 있고 언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부모 선행(先行)으로 자연스럽게 아이 변화 유도=사람을 변화시키는 것과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울까?. 부모라면 후자인 환경개선을 선택하는 게 옳다. 아이를 직접적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예컨대, 아이가 공부 계획을 세울 때 ‘어디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도 함께 도와줘야 한다. 더불어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휴일 아침시간과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특히 가정환경의 핵심인 부모가 아이 공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때 아이도 변한다. 아이에게 원하는 행동이 있다면 아이를 다그칠 생각을 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원하는 행동을 하면 된다. 만약 꾸준히 책을 읽기 원한다면 부모 먼저 책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고수 부모가 취하는 상수의 개선책이다.

학교에 갔다 온 아이가 숙제가 아니라 왜 놀기부터 하는지, 왜 공부하기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아이의 입장이 돼 차분히 관찰해야 한다. 집에 돌아온 아이 눈에 비친 집안 풍경이 어떠한지, 부모가 평소 어떤 말과 행동을 자주 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그런 환경에서 아이가 공부할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환경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를 유도하는 스마트한 시도를 해야 한다.

공동기획=비상교육공부연구소

도움말=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장

<박영훈 기자>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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