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잠룡들 정당·이념은 달라도…재벌정책은 일제히 ‘좌향 좌’
뉴스종합| 2012-07-03 11:41
여의도서 '친기업' 사라진지 오래
여권주자도 “재벌은 개혁대상”

노조 경영참여·경제권력 경계론…
야권주자들은 해체까지 거론도



여야 대선주자가 경제민주화를 12월 대선에서 최대 이슈로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 대다수의 지지’라는 명분이다. ‘개혁의 대상’에서 ‘해체’까지 재벌을 바라보는 대선주자의 시각이다.

과거 선거 때마다 나왔던 ‘친기업’ 같은 단어는 여의도 정치 사전에서 어느덧 사라진 말이 됐다. 진보를 앞세우는 야권 대선주자는 물론, 보수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린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까지 재벌에 대한 정책 공약만큼은 ‘좌향 좌’가 대세다.

3일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은 “한국사회가 경제ㆍ사회 문제를 어떻게 치유해야만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유지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라는 정치권 유행어의 원조이자, 대선캠프 합류가 확정된 김 전 위원이 박 전 위원장의 경제 및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 캠프 일각에서는 다음주로 예정된 대선 출마 선언에도 ‘경제민주화’라는 말로 포장된 재벌 개혁 메시지가 강하게 담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 전 위원장이 강조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말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와 구체적 방안 제시가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여권주자의 시각도 비슷하다. 공동체 시장경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오 의원은 “공동체 시장경제의 당면 과제는 양극화 해소와 시장약자 보호”라며 적극적인 재벌 규제 정책을 시사했고, 대기업 오너인 정몽준 의원조차 “공정거래위원회의 포괄적 행정조사권을 강화해 대기업의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및 야권 대선주자의 재벌 정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재벌은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손학규 전 대표는 최근 출판한 저서에서 “재벌 개혁은 감독기관과 사법기관이 재벌의 반칙과 부정을 엄하게 처벌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며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ㆍ전문성 강화에 더해 필요한 것이 노동자의 경영 참여”라고 기술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재벌 시장개입은 물론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노조의 경영 참여까지 강조한 대목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재벌론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 삭제를 주장한 사례를 언급하며 “경제권력이 커지다보니 헌법까지도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 나가는 데 더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대단히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발언을 ‘전경련 해체론’으로까지 해석하기도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역시 한국 경제를 ‘삼성 동물원’으로 비유할 정도로 재벌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원장은 “삼성ㆍLG 동물원에 잡히면 죽을 때까지 못 나온다” “동물원에서는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주고, 도망치면 안락사시켜 버린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는 못 나온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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