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與도 野도 치열한 ‘원조’경쟁…경제민주화 파괴력 더 커진다
뉴스종합| 2012-07-09 11:52
이해찬 대표 취임 한달 기자회견
새누리에 이슈 역전 아쉬움 표현
재벌개혁 강도 높여 고지탈환 목표

與 치열한 내부논쟁 내심 쾌재
경제적약자 배려 확대로 전략 강화

순환출자금지·출총제 부활 입장차
대선 가까워올수록 좁혀질 듯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원조’ 경쟁이 뜨겁다. 한때 장충동 족발 골목에서 볼 수 있었던 ‘원조’ ‘진짜 원조’ ‘진짜진짜 원조’ 간판 경쟁이 정치권으로 뒤늦게 옮겨 붙은 모양새다. 당 내 논쟁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정치권의 화두로 격상시킨 새누리당의 기세에 민주당이 “진짜 원조는 나”라며 거친 반격에 나섰다.

▶원조 되찾기 나선 민주당=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9일 “민주당은 경제기조를 재벌특권 경제에서 민생중심 경제로 대전환하고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의 화두로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측에 경제 민주화 화두를 빼앗긴 것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을 역으로 담고 있다.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를 정치권에 제일 먼저 들고나온 것도 민주당이고, 또 19대 국회 개원 전부터 19개 관련 민생법안과 9개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들고 나올 정도로 준비도 해왔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새누리당 내 경제 민주화 논쟁으로 쏠린 상황이다. 특히 박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의 창시자임을 자임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합류하면서, 자칫 원조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 민주당과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은 재벌개혁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직전 내세운 경제 민주화 공약과 민주당 안의 차별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재벌에 관한 입장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국회에 ‘재벌개혁특위’를 설치해 어느 당이 경제 민주화를 위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평가받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반격에 대해 새누리당은 ’경제 민주화‘의 원조는 우리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용어의 창시자이면서 비대위부터 경제 민주화를 외쳐온 김종인 선대본부장을 일컬은 말이다. 특히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간 경제 민주화 논쟁이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고 판단,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약자는 약자대로 배려하고, 강자의 권리는 침해하지 않겠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면서, 정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기존 새누리당의 입장보다 한 발 더 경제 민주화쪽으로 나간다는 각오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수도권과 2040 젊은 세대의 표심까지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통합당이 경제 민주화 진짜 원조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9일 “경제기조를 재벌 특권 경제에서 민생중심 경제로 대전환하고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며 취임 한 달 기념 기자회견을 경제 민주화 원조논쟁으로 불을 지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대척점에 서 있는 재벌정책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서민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양당은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대재벌정책에서 두 당의 경제 민주화는 차별성을 드러낸다.

9일 민주당이 대선 핵심공약이라며 발의를 예정한 법안에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이 담겨있다. 대기업 집단이 금융 자회사를 이용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 총수가 1% 미만의 직접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해 온 관행을 끊겠다는 의미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정책에는 순환출자 금지와 출총제 부활이 빠져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위축된 대기업의 투자 환경에서 실효성이 의심되는 이들 재벌 옥죄기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새누리당은 30대 기업집단에 대해 정기 내부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문제시 형사고발하는 등 대기업의 부당내부 거래와 중소기업 영역 진출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당의 차이가 대선이 다가올수록 점점 좁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재벌 규제’를 강하게 외치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캠프 수장으로 영입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또 새누리당 내 소장ㆍ쇄신파 및 일부 친박계 경제통 의원들이 제한적인 출총제 및 순환출자금지제도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은 최근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해야 한다” 또는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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