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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 삭제 권고, 이문열ㆍ신경림 등 집단반발
뉴스종합| 2012-07-10 08:12
[헤럴드경제=이혜미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도록 출판사에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작가 이문열, 신경림ㆍ안도현 시인 등 대표 문인들도 평가원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도종환 시인이 소속된 한국작가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교과서에 실리게 된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며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 시의 중요한 성과로 회자될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추방하려는 시도는 시인을 추방하려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며 평가원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한국문인협회의 정종명 이사장도 “도종환 시인의 작품이 이미 이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난 10년 간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교과서에 수록돼 온 것”이라며 “교육과정평가원이 자체 규정을 근거로 삭제를 요구한다면 그 규정을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작가 이문열 씨도 “시인이 작품을 쓸 당시 이념적인 편향이 없었던 작품에 대해 그 시인의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교육과정평가원은 수정 권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 시인 신경림 씨도 “이번 일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어서 길게 논평할 가치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도현 시인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주호 장관께’라는 글을 올려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작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나는 더욱 자격이 없다”며 “저는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치행위를 했으므로 현재 교과서에 실려 있거나 앞으로 실릴 예정인 저의 작품 모두를 추방해주기 바란다”고 밝혔.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는 10여 편에 이르는 안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중학교 국어교과서 16종 가운데 도종환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교학사, 금성출판사, 창비 등 8종의 교과서에 대해 작품 교체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교과서 검정 심사원칙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위해 현역 정치인을 포함해 현존 인물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의 사진을 실은 교과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평가원의 잣대대로라면 교과서에 실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산문도 삭제 조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엄연히 선거를 통해 뽑혔고 지난 2월 민주통합당에 입당까지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도 이런 기준이라면 과거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춘수 시인의 작품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이문열 작가의 소설도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며 이번 조치의 모순을 지적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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