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 ‘황금알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 추락
부동산| 2012-07-10 09:44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건설업체들이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줄줄이 손을 떼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입지가 우수하고 대단지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지만 최근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작년 한해 광주 화정주공아파트 재건축 등 8곳에서 2조원대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곳에서 3880억여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장 10곳에서 1조3607억원을 수주한 GS건설도 올핸 4건을 수주했을 뿐이다. 한때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을 휩쓸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올해 신규 수주가 전무하다.

기득권을 확보한 사업장에서 철수하는 건설사도 많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를 사실상 포기했다. GS건설도 입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5월 말 현장설명회에 11개 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서로 발을 빼는 상황을 연출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터무니 없이 높은 무상지분율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도시정비사업 자체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공사비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가져가라는 ‘대물변제’ 조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평균 163%의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근 고덕주공7단지 사업을 수주했던 롯데건설도 본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실정이다. 조기태 고덕주공7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사업승인 뒤 곧장 본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처분승인을 받아 이주하는 수순인데 작년 10월 초 사업승인을 받은 뒤 본계약이 미뤄져 사업에 답보 상태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건설이 공사를 하지 않을 경우 특별한 대안이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는 21일 조합이 자체적으로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 뒤 계약을 하지 않으면 해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사업성 개선을 위해 조합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최근 도시정비 업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수주 여부를 판단하는 투자심의회의를 대폭 강화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 재건축 아파트 소형비중 강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건설 억제, 재건축 아파트 가격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합원의 무리한 무상지분율 요구과 인기 높은 중소형 주택을 선점하면서 일반분양 물량이 대부분 비인기 상품인 중대형 중심이라는 점도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중 하나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공사비 회수가 지연될뿐 아니라 자칫 ‘악성 미분양 사업장’의 불명예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신규 수주를 지양하거나 사업성을 꼼꼼히 따진 뒤 선별 수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alltax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