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고액연봉·방만경영…빚더미 한전 자구노력은 외면
뉴스종합| 2012-07-10 11:50
정권말 정책라인 느슨해진 틈타
‘간편한 방식’으로 요금인상
만성적자 하루 이자만 60억
실질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


한국전력이 지난 9일 정부의 권고를 뿌리치고 다시 두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안(요금인상분 10.7%+연료비연동제 보전분 6.1%)을 의결하자 한전의 실질적 자구책이 선행돼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전이 만성 적자 상태를 정권 말 정부의 정책라인이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요금 인상이란 ‘간편한’ 방식으로 단숨에 해소하려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자구 노력이 먼저인데=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추진과 함께 자구 노력 계획을 밝혔다. ▷설계기준 개선 등 엔지니어링 혁신을 통한 1500억원 절감 ▷선진조달제도 도입 등 조달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1700억원 절감 ▷투자비 축소로 차입금 이자비용 270억원 절감 ▷선진청구수납 가입고객 확대로 1300억원 부가수익 창출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현 시점에서 단행한 것이 아니라 주로 목표성 과제들이란 점에서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한전 직원들의 직접 고통 분담 요소가 결여돼 있다. 한전 직원들의 고임금 구조를 개선하거나 복지혜택을 간소화하는 등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 자구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의 방만 경영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전 직원들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는 7400만원이다. 2010년보다 무려 200만원이나 증가했다. 기관장급의 경우 경영 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금액만 1억4000만원이 넘는다. 또 한전의 억대 연봉자는 지난해 758명에 달했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2008년 이후 8조원, 하루 이자만 60억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국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전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 안 주려”= 이기표 한전 이사는 10일 전날의 인상안 처리와 관련, “전기를 저축할 수 없듯이 이 세대의 전기요금도 현재 처리하고 미래 세대엔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떠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의 결정은 전기사업법 등에 근거해서 적정원가가 정해져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법 테두리 내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고 그 결정한 안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적정원가를 산출해서 정부에 제출하고 이를 인가할지는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vs 한전 ‘장기전’ 예고= 한전이 사실상 정부의 권고안(4~7% 인상안)을 거부한 셈이 돼 한전과 정부의 ‘밀고 당기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위원회에서 한전의 인상안 부결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고 7월 안에 인상률이 결정되기는 힘들게 됐다”며 “이미 올여름 피크시즌에 전기료를 올려 전력 수요를 제한하는 방법은 물 건너 간 셈”이라고 말했다. 지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전 이사회가 열리기 전 지경부 측이 김중겸 한전 사장 등을 접촉해 정부의 뜻을 전달했지만 한전이 나 홀로 행보를 펼친 것”이라며 “전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전기료가 공기업 한 곳의 적자보전을 위해 인상률이 결정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정식ㆍ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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