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미나리 같이…어려울수록 저항력 키워라”
뉴스종합| 2012-07-19 10:52
이 지점장은 전남 영암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고졸 출신 은행원이 많았지만 이들은 덕수상고, 선린상고, 경기상고 등 서울 명문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대학교로 따지면 지방대와 스카이(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차이다.

이 지점장은 그러나 단 한번도 ‘은행원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운전기사로 기업은행에 들어왔지만 ‘내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별정직에 대한 차별과 지방 고졸 출신의 서러움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강해졌다. “제 소개를 할 때 저는 ‘미나리’ 같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미나리는 항암 효과가 뛰어나죠. 그만큼 저항력이 강하죠. 제가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상황은 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다짐했고 해내고 말았습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덜 자고 더 뛰었다. 아플 겨를도 없었다. 아침에 집중력이 가장 좋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으로, 이 시간에 공부하고 기도하고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과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함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어갔다. 여기에 겸손함까지 겸비했다. “집에서 나올 때 항상 감사하며 살자, 겸손하게 살자, 배려하며 살자고 스스로 기도를 합니다. 돈 없고 백 없는 시골 촌놈이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건 기적이 아닌가요?”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원이라고 해서 ‘갑’이라는 생각 하면 절대 안됩니다. ‘떡볶이 가게가 잘돼야 은행도 잘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고객이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2년 후면 정년이다. 그는 지금까지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복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퇴직 후에 할 일도 여기서 고민해봐야겠지요. 뭔가 되겠다는 것보다 저 같은 사람들이 큰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최진성 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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