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은행 중 한 곳 자진신고”… ‘리니언시’가 검은 카르텔 깼다
뉴스종합| 2012-07-19 12:01
1순위 신고자 천문학적 과징금 감면
97년 도입후 담합사건 90% 성과

과거 정황증거만으로도 과징금 부과
은행-증권사 연결고리 밝힐지 주목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17일 10개 증권사에서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책정 관련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18일에는 9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전날 은행의 CD 발행 내용을 주로 들여다보면서 은행 간, 은행과 증권사 간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금융권에서 자진 신고 기관이 나온 만큼, 이미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급습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들만의 담합 체제를 깬 곳으로 대형 은행 한 곳을 지목하고 있다.

<본지 7월 18일자 1면 참조>

▶자진 신고한 곳은 증권사 아닌 은행?=19일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결국 담합이 확인되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두드려맞을 곳은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될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는 이를 미리 피하기 위해 주요 은행권 중 한 곳이 공정위에 미리 자진 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가격 밀약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다. 은행의 CD 연동대출액을 매출액으로 보면 수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부과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담합을 모의할 때도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문서나 e-메일 등 어떤 흔적도 없이 휴대전화가 아닌 일반 유선전화로 중요한 사안을 구두로 얘기한다.

공정위는 지난 1997년 ‘자진 신고자 감면(리니언시ㆍLeniency) 제도’를 도입한 이후 1순위 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감면 비율을 점차적으로 늘리면서, 기업들의 담합을 잡아나가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현재 공정위에 적발되는 담합 사건의 90% 이상은 리니언시로 인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CD 금리 담합 사건에도 리니언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보통 담합 사건의 경우 사건 접수 후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자진 신고자만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안에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핵심은 증권사와 은행권의 연결고리=공정위 조사는 시중은행에 자금 조달을 하는 실무자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이는 ‘자금부서장 간담회’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19일 해명 자료를 통해 “자금부서장 간담회는 연합회 27개 전문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자금전문위원회’에 소속된 19개 은행과 연합회의 자금업무 담당 부서장을 대상으로 매월 정례적으로 열리는 오찬 형식의 친목 간담회”라며 “담합 등 불법행위는 전혀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담합 사건에 정황 증거만으로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업의 가격 담당자들이 대놓고 가격을 짜지 않았더라도 가격 책정과 관련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았다면 밀약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만일 금융회사의 자진 신고 내용 중 자금부서장 간담회에 대한 증거가 포함됐다면 공정위는 더욱 쉽게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CD 금리를 결정하는 증권사와 이를 적용해 이득을 챙긴 은행의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것이 공정위가 이번 사건에서 밝혀내야 할 핵심이다.


<윤정식ㆍ하남현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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