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집값 떨어지는데 월급은 그대로…이자갚으려 푼돈까지 턴다
뉴스종합| 2012-07-23 11:24
은행적금 해지 느는데 금액줄어
“소액 손댈만큼 서민가계 심각”

저소득층 개인워크아웃 감소
중산층 프리워크아웃은 급증
부채공포 확산불구 처방없어

“금융정책 최하위계층에 집중…소외된 중산층이 더 문제”



적금ㆍ보험 해지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가계부채에 대한 공포가 저소득 서민층에서 일반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체감지표다. 주로 중산층이 미래를 위한 준비금 성격으로 가입하는 적금과 보험을, 수수료까지 물어가면서 해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산ㆍ서민층의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ㆍ보험사에서만 월 50만건이 넘는 적금ㆍ보험이 해지됐고, 금액으로는 3조원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해지는 꾸준히 이뤄졌지만 올 들어 건수가 조금씩 더 늘고 있다”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소득은 정체되는 데 이자부담만 늘어나니 적금 깨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이 있겠냐고 반문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적금의 경우 보험과는 달리 해지 건수는 늘어나는데 금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곳도 적지 않았다.

본지가 조사한 A은행의 경우 해지 건수는 2010년 12월 5만8000건에서 지난 6월 7만2000건으로 늘어난데 반해 해지 금액은 23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소액 적금이나 신규 적금까지 손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면서 “그만큼 중산층가계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신청자 추이에서도 깊어가는 중산층의 주름살을 느낄 수 있다. 저소득층이 집중된 개인워크아웃(연체 3개월 이상 채무불이행자 대상) 신청자는 소폭 줄어든 데 반해, 중산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워크아웃(30일 초과 90일 미만 연체자 대상) 신청자는 급속히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1만8838명으로 전년 동기(1만9872명) 대비 5.2% 줄었지만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4256명으로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전년 같은 기간 2834명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프리워크아웃은 주로 연체 기간이 길지 않아 젊은 층, 중산층 비중이 높다”면서 “절대 인원수는 적지만 비율로만 놓고 보면 증가속도가 가파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채 공포가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뾰족한 처방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에서도 금융수혜의 기회는 대부분 저신용자ㆍ취약계층에 돌아갔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은 신용등급 상 최하위 계층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산층 언저리에 있는 서민들의 경우 이 같은 대책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데 중산층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비한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워 부채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소득 여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팀>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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