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19대 첫 국회 한 달...‘남긴건 비행기 표값 1만 원 인상뿐’
뉴스종합| 2012-08-02 10:15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19대 첫 국회가 남긴 족적은 달랑 비행기 표값 1만원 인상...’ 지난 1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한 달여간의 대장정을 마친 19대 국회의 성적표는 남세스러울 정도다. ‘민생국회다’ ‘쇄신국회다’며 떠들며 국민들을 현혹시켰지만, 19대 첫 국회는 정두언-박지원 체포동의안 논란과 사상 초유의 사법부 인사 파행만 불러 일으키며 ‘역시나...’로 문을 닫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99명 현역의원들이 2일 현재까지 발의한 법안은 945건에 달한다. 각종 임명동의안과 결의안까지 포함하면 1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이중 본회의까지 통과, 확정된 것은 25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임명동의안 같은 인사 사안이나 국회 자체 일정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법 다운 법’은 1달 이상 계속된 7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단 2건만이 처리됐다. 정쟁에 밀려 대부분의 법안이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서랍속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된 2건의 법안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한국국제협력단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창업지원법 개정안은 중기나 벤처 창업시 행정 절차를 일부 단축하는 것으로, 기존 법에 있던 특혜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나마 새 법률안이라 할 수 있는 건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 이 법은 2007년부터 국제 빈곤퇴치기금 마련을 위해 비행기 좌석표 한장마다 1000원 씩 부과되던 기여금을 1만 원으로 최고 10배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항세, 유류할증료, 환율변동 등을 명목으로 지금도 ‘배(명목 항공요금)보다 배꼽(각종 부가요금)이 큰’ 항공요금에 또 다른 배꼽을 덧붙인 셈이다.

반면 1000건이 넘는 법률안 대부분은 첫 관문인 상임위원회 소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7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또 18개 상임위원회별로 많게는 10회 이상의 각종 소위와 전체회의가 계속됐지만, 결과적으로 해논 일은 거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률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게 국회의원이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며 임시국회 내내 바쁜 장ㆍ차관ㆍ기관장ㆍ공무원들을 불러놓고 국정감사 이상의 심문을 펼쳤던 국회의원들의 해명이 무색할 정도다. 본업을 내 팽겨둔 채 대선을 앞두고 부업인 정치공세만 주고 받은 결과다.

19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 한 달의 소모성 정치 공방전의 하이라이트는 ‘정두언-박지원 체포동의안’으로 요약된다. 쇄신과 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19대였던 만큼,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보였던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동료의원 감싸기’, 그리고 ‘진실보다는 정치적 이혜관계가 우선’이라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기주의 속에 모든 의사 일정의 발목을 잡았다.

사상 초유의 대법관 4명의 동시 공백 상태와 이에 따른 재판 지연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론은 ‘당리당략’이 더 급했던 국회의원들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국회는 또 다시 오는 4일부터 8월 임시국회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방탄국회’ 공방에 의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문은 열었지만 일은 안하는’ 국회가 뻔한 상황이다. “7월 임시국회를 돌이켜보면 한달 내내 검찰소환을 둘러싼 논란으로 날을 지세웠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는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자기반성이 한달 후에도 또 다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우려와 푸념이 벌써부터 정치권에는 가득하다.

/ choi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