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스파이더맨도 못 피한 ‘신용불량’
뉴스종합| 2012-08-02 12:00

“스파이더맨, 당신은 채무불이행자입니다.” 슈퍼맨과 배트맨에 이어 ‘세계 3대 슈퍼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찢어지게 가난하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영화 속 스파이더맨을 잘 살펴보자. 스파이더맨 영화 2편 시작부를 보면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하기 전 인물인 피터 파커의 우편함에는 빚 독촉 우편물이 가득하다. 파커는 뚜렷한 직업 없이 프리랜서 사진작가, 피자 배달부 등으로 연명하면서 빚 독촉에 시달린다. 화이트칼라인 슈퍼맨 또는 억만장자인 배트맨과 완전히 반대다. 우리나라의 경우 90일 이상, 10만원 이상 연체가 있으면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편물로 추정컨대 파커는 채무불이행자일 확률이 높다. 당연히 일반적인 신용등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파커는 궁색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 대출 문의를 한다. 일단 신용 조회를 해야 하는데, 이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된다. 다행히 집에 가스나 전기는 잘 들어오는 것으로 보여 공공요금 체납은 없다.

전체적인 정황상 신용정보사에서 매기는 스파이더맨의 신용등급은 9~10등급으로 추정된다. 모르긴 몰라도 ‘저신용ㆍ저소득’ 서민임에 틀림없다.

스파이더맨이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본인 명의(피터 파커)로 된 대출금을 빨리 상환하는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사진을 더 많이 찍어 언론사에 비싼 값에 팔든지, 높은 현상금이 걸린 악당들을 잡아 경찰에 넘기든지 어떻게든 소득을 올려 빚을 갚아야 한다.

위 사례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자회사인 크레딧뱅크에서 분석한 ‘스파이더맨의 신용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빚이 많으면 당연히 신용등급은 나빠진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출 금리가 올라 금융비용이 많이 든다.

빚을 안 내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빚을 냈다면 떨어진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높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평소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본인도 모르게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올바른 신용관리 지식을 숙지하자.

크레딧뱅크에 따르면 소득이 많다고 신용등급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산이 많으면 대출할 필요성이 적고 연체나 채무불이행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개인신용등급을 산정할 때는 신용거래 기간, 금융거래 패턴, 신용거래 실적, 연체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평가하기 때문에 고소득자라고 해서 무조건 신용이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저축액이 많다고 신용등급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저축액은 신용평가 등급 산정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저축 자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신용 평가 시 유리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간혹 주변에서 신용카드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현금만 쓰는데 신용등급이 낮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신용평가기관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신용을 평가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거래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현금만 사용할 경우 본인의 소유 자산을 소비하는 것으로, 신용 평가 근거가 없다. 따라서 신용카드를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면서 매달 꼬박꼬박 상환하는 것이 신용등급 관리에 더 유리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본인의 신용등급을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본인의 신용등급을 확인하는 것과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는 게 신용평가기관의 설명이다. 오히려 정기적으로 본인의 신용등급을 확인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신용을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결제나 금융회사 대출만 빚으로 인식되는 게 아니다. 체납한 세금도 빚이다. 특히 세금을 500만원 이상 내지 않고 미룰 경우 기록이 통보돼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용등급은 연체금이나 대출금을 다 갚는다고 해서 바로 오르지 않는다. 물론 연체금은 신용등급에 치명적이어서 빨리 상환할수록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채무불이행 기록은 통상 3년간 참고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회복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연체금과 마찬가지로 연체기간이 길수록, 연체 횟수가 많을수록 신용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잦은 연체가 계속되거나 90일 이상 장기연체 기록을 보유한 경우 채무를 갚을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상환 의지가 적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된다. 따라서 소액이라도 철저히 상환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10만원 미만 소액 연체에 대해 신용 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개선함에 따라 너무 과도한 상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크레딧뱅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카드 발급이나 은행 대출에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부동산 거래, 자동차 할부 구입, 취업, 결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을 평가하는데 두루 활용되고 있다”면서 “신용등급 조회 등 본인 스스로 꾸준히 신용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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