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 세월의 무게·부상 불구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 ‘값진 4위’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장미란은 역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며 존재감을 드러낸 장미란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 은메달을 따며 자신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이후 2005, 2006, 2007,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그의 차지였다. 무려 5년간 세계 여자 역도 최중량급을 지배한 것이다. 특히 2008~2009년은 여자 최중량급 인상, 용상, 합계 세계신기록을 모두 보유해 적수가 있다면 오로지 자기 자신일 뿐이란 찬사를 받았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그러나 바벨에 얹힌 세월의 무게는 장미란에게도 버거웠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장미란의 기량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도 장미란을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했다. 반면 2010년부터 신예의 성장이 무서웠다. 세계 무대는 저우루루(중국)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의 경쟁장이 됐다. 더이상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은퇴란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장미란은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다시 역기를 움켜쥐었다. 언젠간 최정상의 자리에 내려와야 함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기록을 뒤쫓는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만 집중했다. 2011 세계선수권대회도 건너뛰며 올림픽에만 집중했다.
올림픽에서의 마지막 바벨에 작별 키스를 하는 장미란의 모습은 도전 그 자체로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가장 감동적으로 일깨웠다. 장미란의 뒷모습에선 패배자의 쓸쓸함이 아닌 왕관을 물려준 황제의 위엄이 빛났다. 다부지게 눈물을 닦은 장미란은 말했다. “부족한 제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셔서 과거에 큰일을 해낼 수 있었다.” 장미란에게 이번 올림픽은 그간 받아온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답가였던 것이다. 이날 런던 시상대에 장미란은 없었지만 세계 역도 팬들의 마음 속엔 장미란이 영원할 것이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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