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가상국가의 건국을 선포하며 한류의 중심이 자신들임을 선언했다.
SM은 1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세계 30여 개국 4만 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SM타운 라이브 투어3 서울’을 열었다.
공연에 앞서 가상국가 ‘MUSIC NATION SMTOWN(이하 SM타운)’ 선포식이 열렸다. 선포식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방불케 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모여든 팬들이 자국의 국기를 들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입장하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무대 대형 스크린엔 이들의 영상 메시지와 함께 국가 소개가 이어졌다. 퍼레이드를 직접 중계한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린 장소에서 K-팝으로 전 세계인들이 모여들어 의미 깊다”는 말로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동방신기가 SM타운을 상징하는 거대한 깃발을 공연장 우측 게양대에 올리고 강타와 보아가 가상국가 ‘SM타운’ 탄생 선언문을 낭독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슈퍼주니어의 예성, 소녀시대의 태연, 샤이니의 종현, 에프엑스(f(x))의 루나, 엑소(EXO)의 백현, D.O., 첸, 루한이 함께 부른 ‘SM타운’의 주제곡 ‘디어 마이 패밀리(Dear My Family)’가 선포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본 공연은 4시간 남짓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SM 소속 가수만도 52명이다. 이들은 히트곡을 포함해 무려 51곡을 마라톤처럼 이어갔다. 공연 내내 비가 내렸지만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떼창’과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시작은 듀오 ‘천상지희-다나&선데이(이하 천상지희)’였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천상지희’는 초반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향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어 SM 소속 중국 가수 장리인과 포크 가수 추가열이 감미로운 곡들로 공연의 숨을 골랐다. 김민종은 ‘아름다운 아픔’ 단 한 곡만 불렀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출연해 많은 주목을 받은 김민종은 아이돌 스타 이상의 환호를 받자 감격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가 곡의 전면에 나서 록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사운드가 강렬한 만큼 퍼포먼스 또한 사운드에 지지 않기 위해 강렬했다. 태연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Run devil run)’ 공연 전에 헤비메탈 풍의 솔로곡 ‘데빌스 크라이(Devil’s cry)’로 무대를 한껏 달궈놓았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는 한류하면 떠오르는 군무를 사운드에 맞춰 완벽하게 재현하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젠 중견처럼 느껴지는 SM 초창기 한류를 이끈 아이돌들의 기량도 여전했다. 보아가 솔로 무대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그룹 이상이었다. 2명의 멤버로 조촐하게 재편된 동방신기 또한 전성기 때 못지않은 폭발적인 무대를 보여주며 탈퇴 멤버들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올해 초 데뷔한 SM의 막내 엑소도 선배들 못지않은 화려한 무대를 꾸미며 차세대 한류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서로 다른 그룹의 멤버들이 뭉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무대가 꾸며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에프엑스의 엠버, 샤이니의 키, 엑소의 크리스가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의 ‘라이크 어 G6(Like a G6)’,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은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irls)’를, 동방신기의 최강창민과 슈퍼주니어의 규현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의 ‘저스트 더 웨이 유아(Just the way you are)’를 선사했다. 특히 최강창민과 규현의 무대엔 샤이니의 태민이 여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해 팬들을 폭소케 했다. 태연과 티파니, 서현으로 구성된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와 엑소 멤버 D.O, 찬열, 루한, 세훈은 미국 R&B 스타 어셔의 ‘DJ 갓 어스 폴링 인 러브(DJ got us fallin’ in love)’를 샤이니의 종현과 태민은 서태지의 ‘인터넷 전쟁’을 들려줬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슈퍼주니어의 은혁, 샤이니의 태민, 소녀시대의 효연과 윤아와 유리,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엑소의 카이와 타오의 댄스타임은 화려한 볼거리로 노래 이상의 즐거움을 줬다.
이날 공연은 SM 한류의 원조 H.O.T의 히트곡 ‘빛’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H.O.T의 멤버였던 강타의 선창을 시작으로 이날 무대에 오른 모든 SM 소속 가수들이 노래를 함께하며 성황리에 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스라엘에서 공연을 찾은 노파 페레즈(21ㆍ여) 씨는 “퍼레이드에 참여했는데 너무 즐거웠다”며 “여군으로 2년 동안 일했는데 그때 있었던 어떤 일보다도 신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온 엘레나 루체리니(20ㆍ여) 씨는 “유럽에서 K-팝 공연을 봤었는데, 본 고장에서 하는 건 더 특별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정말 대단했다”며 “퍼레이드를 통해 한국에 이탈리아 팬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SM은 오는 9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SM타운 라이브 투어3’를 개최하며 월드 투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