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부정청탁금지법 추진배경과 과제
뉴스종합| 2012-08-23 11:41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고·온정주의와 결부된 청탁 관행은 부패의 근원이자 그 자체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 아무리 공정성, 청렴성을 부르짖어도 부정한 청탁이 횡행하는 한 선진화는 요원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연줄을 동원한 문제해결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면 훌륭한 인맥을 둔 덕, 남이 하면 편법을 이용한 불공정한 처사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고·온정주의와 결부된 청탁 관행은 부패의 근원이자 그 자체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공직사회에서 연줄을 이용한 청탁 관행은 뿌리뽑아야 할 고질적 병폐다. 아무리 공정성, 청렴성을 부르짖어도 통제받지 않는 부정한 청탁이 횡행하는 한 선진화는 요원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입법예고한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배경하에 추진되었다. 부정청탁에 따라 공직자의 직무가 왜곡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이며, 더 이상 부정청탁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문화를 형성해나가자는 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제3자를 통해 위법·부당한 직무를 수행하도록 청탁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하였으며,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서 위법, 부당하게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했다.

법안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하였다. 당장 대가성이 없더라도 장차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보험 형태로 제공되는 금품을 수수하는 관행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보고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두었다. 기존 형법으로는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직무관련성,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수뢰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스폰서, 떡값 수수 등의 부패 관행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상황을 ‘이해충돌’이라고 한다. 공직자가 자기 자신이나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민간 부문에서 근무하던 자가 정무직, 선출직 등의 고위공직자로 임용되는 경우 민간 부문 재직 시 이해관계를 신고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되는 직무를 2년간 수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밖에도 직무수행 중에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하였다.

권익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직자의 경우 2.9%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반면, 일반국민들은 56.7%가 부패하다고 응답하였다. 이 같은 차이는 공직자의 청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정청탁, 금품수수, 부정한 사익 추구와 같은 공직사회의 부조리한 관행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 다음 단계는 보다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권익위가 입법예고한 법안을 보완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활발히 논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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