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여성문제는 늘 제자리걸음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의 매일매일 고달프다. 출퇴근과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산더미 같은 살림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 수년 간 ‘여성들의 사회 참여 확대’라는 정치권의 구호 속에서도 ‘여성노동’ 현실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42ㆍ비례)는 “우리나라 여성노동과 관련한 제도들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면서 “제도와 의식이 괴리되는 부분이 있는데, ‘일하는 여성들의 제도 실현’이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여성노동과 여성취업, 그리고 저출산 영역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여성 전문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 출신으로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교수를 지내던 중 여의도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새누리당이 보수적이라서 여성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제까지 성과에 비해서는 상당히 당 내에서 협조적이고 박근혜 대선 후보를 비롯한 지도부도 여성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보는 대한민국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일을 하는 기혼여성 중 한 명인 그도 ‘일하며 살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힘들어요”라며 웃으며 답했다. 민 의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고 도시문화 역시 선진국 못지 않지만 제도를 현실에 정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선진국 제도를 연구하고 빨리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에 정착화시키려고 하는데, 여성들의 제도 실현에 있어서는 현실화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회에 첫 발을 딛은 지 3개월, 이미 그는 ‘여의도 정가’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입법활동을 하는 명실상부한 여성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당 경선 당시 박 후보의 캠프에서는 여성 특보로 그의 ‘여성정책’ 개발을 도왔다.
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경선 당시 박 후보가 발표한 ‘여성행복공약’ 중 ‘아빠의 달’ 추진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빠의 달’은 출산 후 3개월 중 한 달간 남편이 출산 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그리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임신 초기 12주와 말기 36주 이내에는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의 철학은 명료하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용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연구를 하면서도, 기업 눈치가 보여서 양립관련 제도를 어떻게 쓰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사업주나 고용주, CEO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서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박 후보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이 부분을 강조하면 현재의 문화들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법안을 만들었다”며 “일하는 여성, 그리고 그 가족들이 짊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함께 책임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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