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복지시대에 늘어나는 복지사각지대
뉴스종합| 2012-09-04 11:24
국민의 기초생활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 보육과 급식, 반값등록금보다 먼저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자제하고 실업ㆍ고물가ㆍ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의 기초생활부터 챙기기 바란다.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5년 50조8000억원이었는데 8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복지예산 평균 증가율은 8.1%로 예산증가율(6.1%)보다 훨씬 높고,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3.1%)의 2.6배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수준이다.

복지예산이 급증하는 복지시대에 아이러니하게 ‘복지 사각지대’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보육과 급식, 반값등록금 등 2030세대의 청년층 복지에 치중하고 7080세대의 노인층 복지를 소홀히 한 게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목소리 큰 계층에 복지가 집중되다 보니 취약계층 등 힘없는 약자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국민의 기초생활 보장’이다. 국가가 국민의 기초생활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이 떠들어대는 복지는 헛구호로 들릴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식이 있지만 사실상 부양을 못 받은 채 버림받다시피 한 극빈층 노인들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지 못한 155만명 가운데 무려 70%(108만5000명) 이상이 자식 등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도 시인하는 복지 사각지대다.

0~5세 영유아의 보육을 부모에게만 맡겨둘 수 없듯이 노인에 대한 부양도 자식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원칙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처자식 겨우 먹여살리는 아들이 있다 하여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대적 가치관에 입각한 부양의무와 맞지 않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수급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부모의 소득과 재산만을 기준으로 수급대상자를 선정해야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든다.

다음으로 80세 이상 노인의 간병 문제다. 보육은 영유아를 둔 가정만의 문제지만 80세 이상 노인 간병은 아들과 딸 전체 가정 문제다. 병석에 누운 부모를 두고 자식이 서로 모시지 않겠다고 다투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영유아에 대한 보육예산은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80세 이상 노인에 대한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80세 이상 노인을 둔 가정에 국고로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간병인의 등록ㆍ교육ㆍ보수 등의 관리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정부에 제출한 내년 예산요구안 중 감소된 분야를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올해보다 5.1%, 긴급복지지원 예산이 10%, 장애수당이 2.9%, 경로당난방비가 100% 감소하는 등 주로 취약계층의 복지예산이 많이 줄었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 보육과 급식, 반값등록금보다 먼저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자제하고 실업ㆍ고물가ㆍ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의 기초생활부터 챙기기 바란다. 경제가 어려운 이때, 정부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보장대상에서 제외돼 고통받고 있는 극빈층 노인과 같은 복지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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