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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아이 달래는 ‘교육용 앱’…방심하단 ‘스마트폰 중독’ 된다
라이프| 2012-09-05 10:13
허울뿐인 ‘교육용’ 결국은 게임
좌·우 뇌균형 발전에 악영향
불안·초조·주의력 결핍 유발

노력없이 손쉽게 정보 접근
지속적인 학습동기 막아
사고력 저해·활동범위도 축소


오래전, 우는 아이에겐 곶감이 특효약이었지만 요즘 세상엔 그야말로 ‘옛말’이다. 주부 김모(33) 씨는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외출을 할 때면 간식은 물론 스마트폰을 꼭 챙긴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칭얼대기도 하는 아이를 달래는데 스마트폰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동화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간단한 게임앱을 열어주면 아이는 어느새 얌전해진다. 한시라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던 김 씨에게 앱은 자유를 선물한다. 최근엔 어린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교육용 앱들도 많아 김 씨는 고민을 덜었다. 김 씨처럼 또래아이를 둔 어머니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더 푹, 오랫동안 빠지는 좋은 앱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됐다.

▶교육용 앱이라지만 결국 게임…뇌발달에 악영향 가능성=많은 부모가 ‘교육용’이란 낱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교육용 앱을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용 앱 개발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가 참여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화책 앱을 개발한 한 회사는 유아교육학 교수의 자문을 받는다고 밝혔지만 내용에 관한 감수일 뿐 스마트폰이란 매개체가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연구가 없었다. 교육용 게임을 표방한 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육방법은 초기에 흥미를 유발할 순 있지만 쉽게 중독될 수 있어 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제공=밸런스브레인]

이는 과거 컴퓨터를 교육에 이용했을 때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컴퓨터를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교육용 컴퓨터 프로그램의 봇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제인 헐리 박사가 300여가지 교육용 컴퓨터 게임을 분석한 결과, 단 2개만이 교육용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교육용이란 포장지만 붙은 게임일 뿐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아이가 스마트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발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먼저 우뇌가 발달되고 이어 자연스럽게 좌뇌가 발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자신이 좋아하는 쪽의 뇌만 발달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부위의 뇌가 담당하는 분야는 뛰어날 수 있지만 발달이 저하된 쪽의 기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뇌균형 운동치료센터 ‘밸런스브레인’의 변기원 원장은 “스마트폰은 주변보다 지나치게 밝고 화면이 작아 눈을 고정시키게 돼 ‘시각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손가락 터치를 통한 ‘반복자극’도 문제가 된다”며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은 어린 아이의 좌뇌만 발달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우뇌의 기능은 떨어지고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을 떨어지게 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불안, 초조, 불면, 주의력결핍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변 원장은 “유아기 때는 좌ㆍ우 뇌균형을 맞춰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제 어디서나…더 쉽게 그래서 더 자극적이게=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독을 불러올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손 안에서 언제든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탓에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초ㆍ중ㆍ고교생 6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4%에 달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용 앱은 스마트폰 중독의 첫 문을 열어젖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육용 앱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순 있지만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조금씩 더 재미있는 것을 찾게 마련인데 점점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걸 찾게 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동화책으로 시작했더라도 점차 간편한 터치 한 번이면 다운받을 수 있는 폭력음란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경고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스마트’한 기계에 익숙해지면 점차 아이들은 사고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 익숙하면 책을 찾아 스스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대신 간편하게 ‘검색’을 통해 해결한다”며 “그 안에 갇혀 창조적인 상상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세계 안의 정보에 갇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사이버 세상에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하다보니 실제 생활에서의 활동범위는 축소되는 악영향도 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스마트폰에 방치하는 건 그 순간 편안함을 즐길 수는 있지만 결국 더욱 통제가 되지 않아 아이를 망치는 길이 될 수 있다”며 부모들의 자각을 당부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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